"위기가 곧 투자기회…中企, 신기술 개발에 도전하라"

"위기가 곧 투자기회…中企, 신기술 개발에 도전하라"

대담=채원배 금융부장 기자, 정리=진달래, 사진=구혜정 기자
2012.12.05 06:10

[머투초대석]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구혜정 기자 photonine@
ⓒ구혜정 기자 photonine@

"글로벌 경기 침체에 위축된 기업들이 살얼음판 위에 서 있어요. 경기가 워낙 나쁘니까 투자를 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죠. 얼음판 위에서 엉거주춤 방황하고 있는 겁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올 하반기 신보는 일반보증 규모를 39조5000억원에서 40조원으로 늘렸다.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가중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충실히 해 왔던 신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보증수요는 정체를 보였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경기가 워낙 나쁘니까 과도하게 위축돼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는 곧 기회"라며 "용감하게 투자를 일으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이 다가오는 호황기에 가장 먼저, 멀리 뛰어오를 수 있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보증규모를 늘려 더 많은 유망 기업을 지원하고 싶지만 막상 투자에 나서는 곳이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진 상황을 감안, 내년 초 경 중국에 신보 해외사무소를 설립해 보증지원을 하는 일도 구상 중이다. 안 이사장은 "중국의 중소기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며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투자 재원 측면에서 (중소기업들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일로, 정부가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정부가 신보를 공사형태의 금융공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기가 상시화되는 지금은 옛 모델인 기금보다 자율성이 확보되고 책임감도 커지는 공사형 모델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 중소기업 살림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올 하반기 보증 수요가 어떤가요.

▶ 참 이상해요. 9월 중순부터 두 달 간 보증 수요 잔액이 39조5000억원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은행 신용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지므로)과거 같으면 보증 잔액이 올라가야 하는 때인데 그렇지 않아요. 기업들이 살얼음판 위에 서 있어서 그렇다고 봅니다.

글로벌 경기가 워낙 나쁜데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모두 투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어디를 봐도 우리 기업들은 불안하기만 하고 얼음 판 위에서 엉거주춤 한 채 탈출구를 못 찾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이 사실 기업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도약해야할 시기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가 곧 기회입니다. 어려울 때 용감하게 투자를 일으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이 다가오는 호황기에 가장 먼저, 멀리 뛰어오를 수 있는 겁니다.

신보도 중소기업들을 아낌없이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비상경제 대책을 세워 비상시에 보증잔액을 확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실 금융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이 신보라 할 수 있지요.

▶ 당시 중소기업 대출 순증분의 88%가 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세 기관이 보증한 대출이었습니다. 전체 순증분의 42%는 신보의 보증부 대출이었고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에는 이런 노력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우리직원들이 주말도 없이 나와서 고생했어요.

당시 보증규모가 늘면서 부실 우려도 있었는데, 부실률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5.0%와 4.4%에 그쳤지요. 올해도 4.9% 수준입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업들의 경영 마인드가 슬기로워졌고 신보도 모든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옥석구분을 했습니다. 신보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됐어요. 이를 갖고 한계기업을 계속 지원해 연명만 시켜주는 것으로 맞지 않지요. 성장성이 있고 미래가치가 있는 기업을 가려낼 수 있도록 심사제도도 혁신했습니다.

- 보증심사기법 혁신은 이사장 취임 후 가장 공들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 2008년 부임해서 심사기법을 보니 매출실적을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현장모습과 공장현황 등 현재나 과거 자료를 중심으로 보더군요. 그렇다면 올해 생긴 성장 유망 기업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재 매출이 적더라도 성장성이 있거나 기업미래가치를 바꿀만하다면 지원해주자는 것이지요. 외부전문가도 고용해 성장성을 반영하는 심사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2011년에는 기업미래가치를 포함시키도록 업그레이드 했지요. 내부에서 부실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지요. 저로서는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구혜정 기자 photonine@

-신보가 해외 진출을 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외국에서 이런 심사방식을 배우려는 수요도 많을 텐데요.

▶ 내년 초에 중국 해외사무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보증을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2010년에도 한 번 논의가 됐지만 당시 정부가 금융위기 여파를 우려해 보류했습니다.

이제는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올해로 중국 진출 20주년이 됐죠. 그동안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영 환경은 녹록치가 않아요. 투자 재원 면에서 보증 지원이 절실합니다.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신보가 직접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보증규모는 적정 수준을 잘 파악해서 단계적으로 운영해나가야겠죠. 정부 동의가 필요한 일이니 새 정부가 잘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재임기간 동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셨지요.

▶ 제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만든 것도 있지만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한 제도들이에요. 이중에서도 온라인 대출 장터는 대 히트작이라고 자부합니다. 기업과 은행이 대출 정보를 교환해서 기업이 가장 싼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이 방식을 많이들 벤치마킹했다고 들었습니다.

일석e조보험(중소기업이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고, 이를 은행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음)은 제가 현장에서 기업인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역시 성과가 좋았지요. 중소기업이 자신의 대출 금리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금리캐스터'나 기업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보증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기한연장시스템 등도 올해 모두 시행한 새 제도 입니다.

- 내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신보와 기보의 통합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보는 대구로, 기보는 부산으로 가게 된 만큼 지역 간 갈등 등을 감안할 때 통합은 난해한 문제가 돼 버렸어요. 아까 말했듯 중국진출 기업이 많아진 만큼 해외 사무소 신설을 정부가 승인해주였으면 합니다. 특히 또 하나는 우리 신용보증기금을 공사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 공사형 전환은 지난해 말부터 논의된 것인데 진전이 있나요.

▶ 지난해 말 '신보 미래비전2020'을 수립하면서 공사형 금융공기업(가칭 한국기업금융공사)으로 전환을 계획해왔습니다. 정부 재원을 바탕으로 한 기금 형태는 시대변화에 맞는 처방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36년 전 신보가 생길 당시에는 기금형태가 최선이었을 수 있으나 상시적으로 위기가 터지는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공사형으로 전환되면 자율성이 높아지고 책임경영이 가능해집니다. 정부 보증재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만 지원하는 것이에요. 기금의 장점은 살리되, 자율성을 확대해야겠지요. 정부 의존도를 줄이고 유동화 보증 등 수익사업을 확대하려 합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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