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금융 '분노의 계절'

[기자수첩]KB금융 '분노의 계절'

변휘 기자
2013.03.19 17:22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님이 혹시 (사외이사 3인 선임을 반대한 ISS보고서 작성에) 관여하신 것으로 확인하셨습니까?"(기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

지난 18일 이사회를 마치고 KB지주 명동 본점을 나서던 이 의장은 기자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평소 부드러운 성격인 이 의장의 '돌출' 행동에 취재진은 깜짝 놀랐다. 스스로 '큰일 날 소리'라고 했지만, 그 역시 어 회장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도 또 하나의 분노가 KB지주를 흔들었다. KB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던 어 회장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술잔을 깨며 고성을 내지른 것. 함께 자리했던 사외이사 7명을 향해서였다.

당시 어 회장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이 의장을 비롯한 일부 사외이사진이 보험업의 미래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완강히 반대했다. 어 회장은 만찬에서 "왜 ING 인수를 막으려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격한 울분을 토해냈었다.

이처럼 어 회장을 비롯한 KB지주 경영진과 이 의장 등 일부 사외이사들의 관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NG 인수 무산을 둘러싸고 양측의 격돌이 시작된 후 해를 넘겨 여파가 이어지면서, 당초 경영 방향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됐던 갈등이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회사 ISS를 끌어들인 양측의 대립도 건전한 논쟁보다는 '암투'에 가깝다. 박창동 전 부사장은 어 회장에 비우호적인 일부 사외이사를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ISS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선 사외이사들은 오히려 박 전 부사장의 보직 해임을 이끌어냈다.

'인적청산'은 대화·타협과는 가장 거리가 먼 해법이다.

15년 전 국내 기업에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경영진의 독단 및 전횡을 차단하자는 취지였다.

KB지주에서 벌어지는 경영진과 이사회간의 갈등은 이 같은 취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고, 금융기관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국내 '최고'라는 KB지주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는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 금융 산업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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