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첫 금감원 검사 동행 취재기-下]현장점검 필수…검사의 절정 '자금추적'

#"여기가 아파트 자리, 저 밑에는 공원과 학교가 들어설 땅 이었습니다"(시행사 관계자) 수도권 A시 외곽의 한 야산. 9월이지만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다. 허금덕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국 검사팀장은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직접 찾았다.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 찾은 곳은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장이다. 과거 저축은행들은 리스크가 큰 PF 대출을 취급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왔다. 이 사업장 역시 퇴출된 모 저축은행을 금융지주계열 B저축은행이 인수할 때 같이 넘어왔다.
1400여세대 대단지 친환경 아파트가 들어서야할 땅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땅값 1750억원 중 645억원 정도의 소유권이 넘어왔지만 시공사로서 지급보증을 약속했던 대기업이 손을 떼버렸다.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다른 지구의 자체 사업을 진행하기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2010년1월 대주단에서 450억원의 대출이 나가고 같은 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자가 연체됐다. 대출 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허허벌판인 셈이다.
허 팀장은 사업진행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금융회사의 회수 가능성 등을 따져 물었다. 사업지구 내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필지와 그렇지 않은 곳들도 파악하는 건 물론 계약 자체를 믿을 만한지도 짚었다. 허 팀장은 "어떤 사업장은 실제로 가보면 계약서에 있는 번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의 한 주상복합 건설 현장. 10월 말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B저축은행이 퇴출 저축은행으로부터 가져온 PF 대출 중 성공한 사업장이다. 1, 2금융권을 합쳐 2800여억원의 대출이 나갔는데 오피스텔과 상가를 빼고 아파트 500여세대 분양만 성공적으로 끝나도 5350억원이 들어오는 구조다. 금액기준 분양률이 이미 90%다.
그러나 양호한 사업장이라고 해서 설렁설렁 보지 않는다. 금감원 검사역은 분양률 입증 여부부터 감리보고서의 허위 가능성까지 기본적인 부분도 철저히 살폈다. 분양률을 계산할 때 아파트만 하지 말고 상가와 오피스텔까지 다 포함시켜도 '정상' 여신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등도 점검했다.

이처럼 금감원 검사가 본격화되면 현장점검이 필수다. PF 사업장 등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입지조건과 공사 진행률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제대로 된 PF 사업성 평가를 바탕으로 건전성을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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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을 가보면 기막힌 행태가 많다. 위 사례처럼 대출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추후 경기악화 등으로 부실화된 대출은 양반에 속한다. 계약서 자체가 가짜거나 인허가 내용을 담은 각종 공문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감원은 이렇게 검사 과정에서 불법혐의를 적발하면 더욱더 파고든다. 대표적인 추가 검사방법이 자금추적이다. 대주주 신용공여라든지 개별차주 여신한도초과 등의 혐의가 보여도 금융회사가 제시한 자료만으로 입증할 수 없을 때 필요하다.
자금추적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금감원은 금융실명법상 특정계좌·점포에 대한 계좌추적만 가능(포괄적 계좌추적권 없음)하기 때문이다. 의심 가는 거래가 포착돼도 그 거래만 특정해서 추적할 수 있다. 진짜 주인(차주)한테 흘러가기까지 최초 명의자 혹은 각종 지인 명의 등으로 수도 없이 돈이 옮겨 다닌다.
매번 그때마다 '금융거래 정보제공 요구서'를 통해 자금추적을 한다. 1번의 자금이체를 쫓는 데만 꼬박 하루씩 걸린다. 끈질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자금세탁을 위해 60번씩 돈을 돌리기도 한다"며 "불법은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하나하나 범죄의 꼬리가 잡혀왔다. 특히 지난 2년여 동안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불법행위는 대규모로 드러났다. 검사 후 중징계 조치 비율도 다른 금융업권보다 높았다. 2011~2012년 검사결과 저축은행에서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받은 비율은 74%에 달했다. 다른 권역의 평균 중징계 비율(40%)보다 훨씬 높다.
앞으로 금감원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지시로 상시감시를 강화해 검사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기 종합검사는 가급적 줄이는 대신 평소에 잘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모든 검사원이 일상적 상시감시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현미경식 실시간 분석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세춘 금감원 은행·비은행 검사담당 부원장보는 "특이한 금융상품이나 거래동향, 정보사항 등을 미리 파악해 숨은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경영부실, 금융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할 것"이라며 "중대한 리스크가 파악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양해각서 체결 등으로 실효성 있는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