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 매달려 있느라 연말연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금융당국 관계자)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국회를 그야말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법정 최고금리를 제한하는 대부업법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거구 확정 등 정치 이슈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파행이 계속되면서 결국 지난해 말 두 법안 모두 실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8일에도 두 법안 모두 다뤄지지 않았고, 지난 9일 소집돼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1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확실한 상태다.
설마 했던 입법 공백이 현실화 되면서 당장 서민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기존 대부업법 상 법정 최고금리는 34.9%로 대부업체를 비롯한 금융사들은 이를 초과한 금리를 받을 수 없었다. 정부는 법안 공백기에도 34.9%를 넘지 않는 선에서 금리를 책정하라고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법 대부업체가 성행할 경우 단속 및 제재가 쉽지 않다.
특히 불법 업체들이 초고금리 대출을 한다 해도 해당 업체에 대한 형사 처벌은 가능하지만 최고금리 상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금전적인 변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대출 피해를 입더라도 구제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공백없이 통과됐다면 올해부터 27.9%로 최고금리가 인하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한층 경감됐을 것이다.
기촉법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오는 18일까지 임시로 기촉법을 대신할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확정해 이달 말부터 발효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협약 가입을 독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약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비은행권의 참여가 필수인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 발효가 되더라도 협약은 기촉법과 달리 법적구속력이 약하고 출자전환 특례,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없어 한계는 불가피하다. 기촉법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어날 우려도 크다.
여야가 서로 '남탓'하며 방관하는 사이, 가계부채와 직결된 서민금융과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구조조정은 '구멍'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볼모로 잡고 있는 법안들의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 땜질식으로 버티기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