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의 호실적과 생산적 금융

[기자수첩]은행의 호실적과 생산적 금융

권화순 기자
2017.07.23 14:46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냈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상반기 순익이 2조원에 육박했고 우리은행과 하나금융그룹도 1조원을 넘어섰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2001년,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고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수년래 최고의 실적이다.

기업의 호실적은 국가 경제에 호재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지난 2분기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혀 "세계 최대의 알짜기업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은행들도 막대한 이익을 낸 만큼 거액의 법인세를 내며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 더구나 은행은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달리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은행들의 '깜짝' 실적은 삼성전자처럼 환영받지 못했다.

일회성 요인을 빼면 은행권 호실적의 1등 공신은 지난해 10% 이상 늘어난 가계대출이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인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NIM)이 좋아지며 순익 증가를 이끌었다. 여기에 '뒷문 잠그기'라 불리는 기업 부실에 대한 철저한 관리로 충당금 비용이 대폭 줄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계 인사는 "은행업은 원래 리스크 관리업인데 지금은 너무 심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다 보니 리스크를 회피해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1일 은행들의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금융산업이 양적·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국민 경제 차원에서 성장에 상응할 정도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진 원장은 또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손쉬운 담보대출 비중이 56.2%로 매년 증가 추세고 신용대출도 신용등급이 좋은 대출자 비중이 70%가 넘는다"며 "신용도가 중간 수준인 중신용자 대출은 금융당국의 강한 독려에도 가계대출 총액의 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은행이 '리스크 회피'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을 받는 근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생산적 금융'이다. 손쉬운 가계대출 위주의 금융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만들기나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혈맥'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란 주문이다. 물론 정치권에서 압박하는 은행원 고용 확대나 대기업 대출 확대는 무리한 요구이고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하지만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나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경제 성장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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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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