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에 나왔어야 할 내용인데 기사조차 쓰지 않은 곳이 많더라구요."
지난 2일 발표된 '2017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한 카드사 임원이 한 말이다. 시행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을 빚었던 '신용카드사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제도'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됐는데도 기사화조차 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표현이었다.
당시 세법개정안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한 새 정부의 '8·2부동산대책'이 같은 날 발표됐기 때문이다. 모든 매체가 부동산대책을 1면에 배치하는 등 비중있게 다루면서 세법개정안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심지어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도 부동산대책은 오후 1시30분이었던 반면 세법개정안은 오후 3시였던 것이 정부의 '꼼수'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세법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카드사들은 2019년부터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는 단계에서 일부 업종에 한해 직접 부가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1977년 부가세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 만에 납부 체계가 처음으로 바뀌는 것임에도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었다.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일단 정부는 부가세 탈루 가능성이 높은 유흥주점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대리납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시스템을 갖춰놓으면 다른 업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시스템은 카드사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해당 업종을 따로 발라내 해당 가맹점에 원천징수한 부가세를 제외하고 결제금액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부가세 거래와 면세 거래를 카드사가 미리 구분해야 한다. 만일 세금을 잘못 신고하면 과태료 등 카드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가맹점들이 현금결제를 유도해 카드 사용이 줄고 카드사에 세금 관련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국가의 공무인 징세 업무 일부를 사인인 카드사에 아무런 보상 없이 강제 위탁하고 인적, 물적 설비를 강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수많은 과세 정보를 축적함에 따라 납세자의 영업상 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국세기본법 제81조 13항 비밀보호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우선 적용해보고 차차 고쳐나가겠다는 식의 정부 정책이 과연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