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잡한 대출규제, 상환능력 중심으로 재편돼야

[기자수첩]복잡한 대출규제, 상환능력 중심으로 재편돼야

주명호 기자
2017.08.16 17:19

“지금의 대출규제는 내가 봐도 복잡하다.”

8.2 부동산대책에 대한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의 고백이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지역별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건수별로 세분화하다 보니 혼란스럽게 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발표된 6·19 부동산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의 LTV·DTI가 10%씩 강화됐다. 이후 8·2 부동산대책에서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부활해 지역별 규제비율이 한단계 더 구분되고 주담대 건수별로도 LTV·DTI가 차별화됐다. 서민·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기수요만 억제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적용 기준이 여러 개로 분화하다 보니 서민·실수요자들마저 큰 혼란에 빠졌다.

이 때문에 8·2 부동산대책 이후 금융당국 담당부처는 하루에만 수백통의 민원 전화를 받아야 했다. 급작스런 대출규제 강화에 대한 불만도 컸지만 어떤 규제비율을 적용받게 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의가 더 많았다.

8.2 부동산대책이 상환능력심사, 즉 DTI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LTV가 너무 낮아져 상환능력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에 7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치자. 집값의 절반인 3억5000만원의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LTV 40%에 걸려 대출은 최대 2억8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차주가 3억5000만원을 갚을 수 있는지 심사할 필요도 없다. 지금처럼 DTI가 필요 없는 대출규제는 상환능력이 충분한 차주의 내집 마련 기회를 앗아간다는 오명만 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출규제를 단순화하면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LTV를 고정하고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리지 못하게 DTI를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투기수요 차단도 LTV가 아닌 DTI를 활용하는 것이 규제를 단순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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