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 '비대면 주담대' 못 알리는 은행..."규제에 막힌 혁신"

야심작 '비대면 주담대' 못 알리는 은행..."규제에 막힌 혁신"

양성희 기자
2021.11.06 06:21

[이슈속으로]

대출 조이기에 혁신이 멈추다시피 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맞춰 '전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홍보하지 못하거나 출시를 미룬다. '100% 비대면 주담대'는 은행권 혁신상품인데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개점휴업 처지에 놓인 것이다. 대출 쏠림 현상이라도 생기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를 넘어설 수 있어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100%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하면서 홍보, 마케팅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전자서명을 통한 약정이 가능하도록 길을 내 고객과 직원 입장에서 모두 100% 비대면으로 처리되는 주담대를 선보였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도 가능하다. 신용만 평가하는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는 확인해야 할 서류가 많아 '100% 비대면'이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통상 주담대를 받는 고객은 은행 영업점에 최소 두 번 이상 방문했다. 이 때문에 은행마다 공들여 전면 비대면을 고심했고 구현이 가능해질 경우 혁신으로 내세울 만 했다.

은행은 보통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때마다 적극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주담대 서비스를 널리 알렸다가 정부의 눈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대출을 내줄 여력이 충분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렵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만하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권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률적으로 6%대 안에서 맞추도록 주문했다. 은행들은 당국 기조에 맞춰 증가율을 관리하려 '대출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두고 있다.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에서는 주담대를 한시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4분기 은행권 가계일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도 '-32', '-15'에 이르는 등 규제 강화가 거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 활동을 폈다간 수요가 몰릴 수도 있어 '조용한 출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CMO)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계부채 이슈 때문에 100%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해놓고 적극 홍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그는 "고객의 편의성, 편리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적인 노력을 거쳐 100% 비대면을 구현했지만 홍보를 했다가 쏠림 현상이 빚어질 수 있어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은행권 차주별 대출태도지수/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은행권 차주별 대출태도지수/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카카오뱅크는 연내 출시하기로 했던 '100% 비대면 주담대'를 내년 초에 선보이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마저도 한꺼번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부터 품으며 단계적으로 선보인다. 초기엔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 등 실질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지원 위주로 진행하는 식이다. 내부적으로 준비를 끝냈고 몇 차례 자신감을 표했지만 '조심스러운 출시'로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있어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제약이 많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계획했던 일정대로 주담대 출시를 추진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라면서도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규제에 가로막힌 혁신"이라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남다른 혜택을 더한 대출 상품을 들고 나왔지만 출범 9일 만에 대출을 중단했다. 무조건적인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에 유례 없는 일들이 이어지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비대면 가계대출을 고도화하는 은행들은 어려운 작업을 성공하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현실을 맞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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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양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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