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 은행 저축성수신 8월 한달새 18조 늘어
예금 금리 곧 4% 진입, 올해만 예·적금 78.5조원 증가
예·적금금리 1년새 0.91→2.82%, '역머니무브' 가속
"금리상승기엔 예·적금 만기 짧게, 갈아타기도 고려"

# 직장인 A씨는 보유 주식 절반 이상을 정리하고 3~6개월제 은행 정기예금 몇 개와 특판 적금에 나눠 돈을 옮겨 놓을 생각이다. 통화 긴축과 금리 상승에 증시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까지 금리가 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에 넣어뒀던 금리 연2% 수준의 입출금식 예금도 정기예금이나 채권에 넣어두기로 마음을 굳혔다.
올 들어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 80조원에 육박하는 뭉칫돈이 유입되는 등 '역머니무브'(시중자금의 은행 예·적금 이동)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 지고 있다. 글로벌 통화 긴축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 나온 돈이 안전한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금리 상승세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많아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768조5434억원(정기예금 729조8206억원, 정기적금 38조7228억원)으로 한달 사이 17조9776억원 급증했다. 7월 한 달간 28조56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46조원의 시중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올 들어 8개월 간 5대 은행 예·적금 증가액은 78조5068억원에 달한다. 한 달 평균 10조원씩 늘어난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6%대를 넘은 물가상승률 완화를 위해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 25일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했다.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저축성 수신(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최대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 저축성수신(정기예·적금) 금리는 2.82%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0.92%)보다 1.90%p 올랐다. 꼭 1년 만에 2%p 가까이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1억원을 넣어뒀을 경우 92만원(세전 기준)에 불과했던 연이자가 1년 사이 282만원으로 3배 이상 불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수신금리 인상분을 반영하면 8월 평균 금리는 3.0%를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이날 현재 5대 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3%대 초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3%대 중반까지 올라와 조만간 4%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은행 정기 적금은 최대 4%대, 특판의 경우 5~6%에 이르는 상품도 있다.
은행 정기 예·적금에 유입된 자금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 대기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 등에서 빠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8월 말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6808억원으로 전월말(673조3602억원)과 견줘 13조6794억원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과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 위탁매매 미수금, 신용거래융자 잔고, 신용대주 잔고를 합한 증시 주변자금은 165조4402억원으로 한 달도 채 안 돼 4조원 가까이 줄었다. 전년말과 견주면 증시 주변자금 감소액은 28조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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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내년까지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윳돈이 있다면 묵혀두는 대신 가급적 가입기간이 짧은 예·적금에 넣어두고 만기 때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옮기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만기가 짧은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도래시 고금리 상품에 다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이미 예·적금에 돈을 넣어뒀다면 갈아타기도 고려해 봐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상품을 중도 해지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이자 감액분과 새 상품 가입시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자액을 계산해 어느 쪽이 유리한지 선택하면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