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돈 구할 곳 없는 서민들②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법정 최고금리 20%' 제도가 외려 서민들을 금융권에서 몰아내고 있다. 2금융권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자 법정 최고금리 때문에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못 박을 게 아니라 변동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1955억원 줄어든 115조28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도 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0.17%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 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2019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2019년 3월 59조5480억원이었던 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8월부터 116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저신용자가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대출 잔액이 정체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1월 신규 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평점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은 곳은 42.04%에 달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집계한 비중 대비 8.71%p(포인트) 높은 수치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신용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저신용자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한도를 줄였다. 한동안 토스 등 대출 중개플랫폼을 통한 접수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21년 7월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졌다. 당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명목으로 최고금리를 낮췄는데 금리 상승기가 되자 되려 서민의 돈줄을 막았다.
실제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82%까지 치솟으며 같은해 1월 대비 2배 넘게 급등했다. 반면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같은 기간 14.68%에서 16.65%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만큼 뛰지 못한 셈이다.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저축은행은 부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결국 저신용자의 유입을 막는 길을 택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처럼 예대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저신용자의 연체 위험까지 떠안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우량한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운용하고 저신용자 고객에겐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출을 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저신용자를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가 낮을 때 법정 최고금리가 정해졌는데, 지금은 금리가 3%를 넘어간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최고금리를 20%로 고정하는 것보단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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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저신용자의 제도금융권 탈락은 법정 최고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미국 일부 주처럼 시장금리와 법정 최고금리를 연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가 올라가면 금리 인상기에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취약층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