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출 정책 신뢰 회복의 완성

[광화문]대출 정책 신뢰 회복의 완성

김진형 기자
2025.02.27 05:10

# 지난 19일 정부가 내놓은 지방 미분양 대책은 그동안 봐왔던 부동산 시장 대책과는 달랐다. 부동산 대책에 매번 포함됐던 2가지가 없었다.

역대 정부 때마다 나왔던 부동산 대책엔 늘 세금과 대출이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었다. 침체된 주택 시장을 부양할 때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대출을 풀어줬다. 반대로 과열된 주택 시장을 냉각시킬 때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높이고 대출을 차단했다.

이번 대책 발표를 앞두고도 역시 정치권과 건설업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세제 지원을 요구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DSR 완화, 취득세와 양도세 혜택 없이는 정책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의 압박에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DSR 완화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해봐야 실효성도 없고 정책 신뢰성만 훼손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지방 미분양의 원인이 대출 가능금액이 적어서 생긴게 아닌데 DSR 예외를 인정할 경우 효과는 없고 정책 신뢰만 흔들린다는 논리였다.

사실 대출 관련 제도는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동원되면서 누더기가 됐다고 과언이 아니다. 한때 LTV(담보인정비율) 70%까지 허용됐던 주택담보대출은 수많은 집값 대책을 거치면서 지역에 따라,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또 집값에 따라 LTV 0%~70%까지를 오락가락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차례 단순화됐지만 여전히 지역, 보유주택수 등에 따라 다르다. 지난해에는 DSR 2단계 도입이 2개월 연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DSR 예외가 적용됐다면 정책 신뢰는 또 추락했을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번엔 DSR 원칙을 지켜냈지만 올해 7월로 예정돼 있는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앞두고 예외 요구는 또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선거 국면까지 겹친다면 금융당국을 향한 압박 강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때도 금융당국이 원칙을 지켜낼지 지켜볼 일이다.

# 금융당국이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한가지 더 지켜내야 한다. 대출을 풀어주는데 원칙을 고수했다면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의 대출 시장은 대혼돈이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강하게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은 갑자기 대출창구를 걸어 잠궜다. 그럼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앉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고객을 밀어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대출금리는 역주행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8월 한달새 10조원에 달했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1월 1조9000억원, 12월 8000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 들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대출난민이 돼 대출이 가능한 2금융권을 전전해야 했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제동으로 대출 시장이 혼돈에 빠진 것은 작년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하반기 상황도 비슷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작하면서 총량을 맞추지 못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중도금대출, 전세대출 등 모든 종류의 대출을 조였다. 중도금대출을 구하지 못한 분양자,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 입주를 못한 입주 예정자, 전세대출을 받지 못한 세입자 등이 속출했다.

김병환 위원장의 지적대로 예정된 정책을 돌연 연기하거나 시행된 제도를 갑자기 수정해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신은 정부 정책의 기대 효과도 갉아먹는다. 당국의 한마디에 어제 가능했던 대출이 오늘 불가능해지는 상황의 반복도 정책 신뢰를 훼손한다. 이미 매년 하반기엔 대출이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학습효과가 쌓여 대출이 가능할때 최대한 많이 받아놔야 한다는 가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늘(27일) 올해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발표한다. 올해는 예측가능한 금융생활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더이상 선착순 대출은 보고 싶지 않다.

김진형 금융부장
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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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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