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언제부터인지 동네마다 있던 탕후루 가게가 안보인다. 한 때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던 핫도그나 대왕 카스테라도 요즘엔 줄폐업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선배님 대박나세요!" 전 직장 후배들의 응원이 적힌 화환을 세워두고 손님맞이에 나선 점주들의 모습이 아직 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자리에 임대문의 안내만 달랑 붙어 있다. 요식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1년 새 아내가 다니던 미용실이 사라졌고, 아직 두세 차례 이용권이 더 남은 키즈카페도 폐업한다는 문자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상가에 빈 자리가 늘어간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법인을 포함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사상 최대인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폐업자 신고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렇게 폐업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프로그램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새출발기금이다. 새출발기금은 2022년 코로나19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채무조정 제도다. 매년 신청자가 늘면서 지난 6월 기준 신청자 수는 13만7000여명, 신청 채무액은 22조원 규모이다.
새출발기금은 오는 9월부턴 확대 시행된다. 총 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소상공인 무담보 채무의 원금감면율을 기존 60~80%에서 90%로 늘린다. 최대 9000만원까지 원금 감면이 가능한 셈이어서 신청자와 채무액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이 같은 제도가 갖춰졌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보다 악용하는 사람에 대한 우려, 과연 지속가능한 대책인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국 소상공인 수가 770만명 수준인데 매년 80만~100만명이 폐업하고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체감상 80%의 자영업자가 5년 안에 폐업한다고 본다고 한다. 채무조정이나 대출 탕감 한 차례로 해결이 된다면 모르지만 매년 쏟아지는 폐업자 수를 볼 때 우려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실제로 금융권 안에서도 폐업율과 채무 상황 데이터 정도만 가지고는 소상공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고 한다. 새출발기금도 현실적으로 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청자에 대한 국세청 자료 정도를 근거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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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신청 대상인 기준인 중위소득 60% 이하는 기초생활수급 자격 요건에 해당할 정도로 소득이 낮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인 가구 기준 143만5208원, 2인 가구 235만9595원이다. 사실상 최저임금 기준인 월 209만6270원보다도 적게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수준도 벌지 못하는 저소득 소상공인이 이렇게 많다면 사실 채무 조정이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 진입 자체를 말려야 할 판이다.
이번 기회에 소상공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대책만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명확한 진단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효과적인 처방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