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대수술' 임박 상호금융, 지역소멸 방패 될까③

전국 인구감소지역 84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4대 시중은행 점포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방은행이 있지만 새마을금고·신협·농협 등 상호금융 약 1800개 점포가 사실상 마지막 금융망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머니투데이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부산 동구·서구·영도구와 대구 남구·서구 등 도시지역 5곳을 제외한 실제 분석대상 84곳 가운데 47곳(약 56%)은 4대 시중은행 점포가 전면 철수한 상태다. 농촌 지역에서는 통장 정리나 예금 상담을 위해 왕복 40~50km를 이동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교통편 부족으로 금융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국내은행 점포 수는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감소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점포는 2012년 7673곳에서 2023년 5747곳으로 25%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3년간 매년 약 300개씩 폐쇄됐으며, 폐쇄 지역의 상당수가 고령화율 20% 이상 군 단위 지역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일부 지역은 접근거리만 20km를 넘어 사실상 왕복 40~50km 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은 이러한 지역의 금융 공백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인구감소지역 84곳의 올해 2분기 기준 점포 현황은 △새마을금고 363곳 △신협 200곳 △농협 1267곳으로 총 약 1830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인천 옹진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농협이 사실상 유일한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민의 연금 수령, 공과금 납부, 생활자금 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 업무가 상호금융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단순한 금융 접근성을 넘어 지역 내 관계 유지·생활 지원까지 포괄하는 '생활금융' 기능을 상호금융이 사실상 맡고 있는 셈이다.
새마을금고는 전국 1181개 지역금고·3115개 점포를 운영하며 농촌 지역의 생활금융망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 2만명 미만 군 단위에서도 최소 한 곳 이상의 금고가 유지돼 지역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된다. 새마을금고는 단순한 금융창구를 넘어 지역공동체 기반의 관계형 금융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교육·생활지원·소규모 행사 등 주민 접점을 확대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점포를 재구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지역금고는 예금·대출 창구를 넘어 지역의 금융·문화·복지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관계형 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 점포 폐쇄를 단순한 효율성 문제가 아닌 지역 균형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점포폐쇄 사전영향평가 제도에 고령화율·이동거리 등 접근성 지표를 반영해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지역사회재투자법(CRA)처럼 지역 공헌도를 평가체계에 반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없이는 지방 금융 인프라가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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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인구감소·시중은행 점포 축소의 삼중고 속에서도 상호금융은 여전히 지역의 마지막 금융망을 지키고 있다. '돈보다 사람'이라는 설립 취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