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환율… 연말 '대출 절벽' 오나

꺾이지 않는 환율… 연말 '대출 절벽' 오나

이병권 기자
2025.11.26 04:22

금융권, 건전성 '빨간불'
환헤지 병행, 자본 관리에도
고환율 기조에 RWA 증가세
기업대출 등 자산 운용 차질
생산적금융 압박에 '이중고'

11월 원 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지영
11월 원 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지영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면서 금융권의 연말 대출여력 축소 우려가 커진다. 당장은 환헤지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길어질 경우 건전성 지표가 흔들리면서 기업대출 등 위험자산 운용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72.4원을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1470원선으로 1500원대를 위협한다. 대미투자와 개인·기관의 해외주식 투자규모 확대로 달러수요가 커진 점이 환율을 떠받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 평가액이 커지면서 RWA(위험가중자산)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CET1(보통주자본) 비율 등 핵심 자본건전성 지표가 하락해 대출운용과 주주환원정책에 영향을 준다.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환율민감자산을 점검하고 환헤지를 병행하며 자본비율을 관리한다. 다만 이러한 대응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환헤지는 비용부담이 있고 효과도 점차 낮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RWA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RWA 부담이 큰 자산으로 분류돼 대출축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폭등하자 은행권은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부터 잔액을 줄였다. 건설업처럼 해외 원자재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영업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대출을 인색하게 만들었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의 RWA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연말결산 전 대출축소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KB금융그룹은 올 3분기 RWA 잔액이 전 분기 대비 5조원 늘었고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도 각각 8조원 증가했다. 당시 환율수준이 지금보다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 고환율은 RWA 증가속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고환율을 겪으면서 버퍼를 확보하고 대응체계를 갖췄으나 환율 흐름이 장기화하면 결국 대출운용을 조정해 RWA를 관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는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히 생산적금융의 모험자본 등은 위험가중치가 기업대출보다 높아 공급을 늘릴수록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더해진다.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등 대책을 찾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당장 시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연금보다 개인·기관의 수급"이라며 "국내 전체 해외주식 투자잔액에서 개인과 기관이 보유한 규모가 국민연금 비중보다 커서 수급불안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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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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