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감독, 검사, 조사 그리고 수사

[광화문]감독, 검사, 조사 그리고 수사

김진형 금융부장
2026.02.03 05:10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 논란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로 일단락됐다.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고 새로 도입되는 민생특사경의 수사범위는 불법사금융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작년 9월만 해도 조직이 쪼개질 운명이던 금감원이 몇개월새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지 모를 기관이 됐다는게 아이러니하다.

금감원의 특사경 논란은 근본적으로 금감원이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막대한 조사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민간조직이다 보니 강제조사권이 없는데서 시작된다. 금감원이 수사권 확보에 욕심을 부려서가 아니라(금감원 내부에선 특사경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민생금융범죄를 벌이는 범죄자들을 잡아야겠는데 민간인에게 수사권을 주려니 생겨날 수밖에 없는 논란이다.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바꿔버리면 끝날 일이지만 그러자면 지난해 논란 속에서 백지화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무튼 인지수사권을 부여받는 금감원은 이제 검사의 승인 없이 '자체 판단'으로 검사도, 수사도 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이 된다. 관건은 스스로 권한을 통제할 자제력이 있느냐다. 외부전문가들이 포함된 수사심의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수사착수 여부를 통제받겠다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수사심의위원회를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에 두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통제되지 않은 금감원의 자체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은 당시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이례적으로 이를 언론에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와의 사전협의도 없었기에 두 기관간 대립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나. 서울행정법원은 2024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부과한 모든 제재 조치를 취소했다.

공익에 부합한다는 '자체 판단'으로 전임 원장 시절 남발됐던 중간 검사 결과 발표는 어떤까. 검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개인과 회사에 낙인을 찍었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중간검사 발표가 비밀유지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며 들여다 보고 있다.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써클' 발언 직후 착수한 BNK금융 지배구조 검사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한달 이상 계속하고 있다. 회장 선임 절차를 점검하겠다던 검사가 회장의 업무추진비 내역,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로까지 확대됐다. 급기야 금융노조가 '정치적 목적의 기획 검사', '먼지털이식 검사'라고 비판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쿠팡의 정보유출을 확인하겠다더니 쿠팡이 입점업체에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하고 있다며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잘못이 보이니 검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사로 치면 별건수사다. 검사를 해 본 전직 금감원 직원들은 "일단 착수하면 뭐라도 잡아 오려고 하는게 검사의 생리"라고 말한다.

인지수사권을 확보한 이틀 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도 피했다. '공공기관 지정은 안될 것'이라던 원장의 자신감이 현실이 됐다. 대신 '기존 제재위주에서 사전·컨설팅 검사방식으로 전환, 검사결과 통지 절차 마련, 기타 검사·제재절차·면책 등 금융감독쇄신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이 달렸다. 벌써 몇번째 쇄신방안인지 세기도 힘들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체계개편이 백지화된 직후 전 직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찬진 원장은 그날 직원들에게 "감독행정 편의주의나 권한의 오남용이 없었는지 돌아보자, 감독권의 행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와 역량을 갖추자"고 역설했다. 이 원장의 그날 발언이 금감원이 내놓게 될 쇄신방안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이찬진표 쇄신'은 그동안 수차례 발표했던 기존 방안과는 다르길 기대한다.

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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