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부처 성과 보고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5.20. bjko@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513235019103_2.jpg)
이재명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면 인생 서사에서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준 이는 금융회사가 아니었다. 스물 다섯, 변호사 사무실 개업이 막막했을 때는 조영래 변호사(전태일 평전을 썼던)가 500만원을 내줬다고 한다. 검정 고시 학원의 원장님도 사회 초년생인 이재명에게 수 백만원을 지원한다. 학원비가 없는 소년공에게 공짜로 학원을 다니게 한 은사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 1년동안 타운홀미팅에서, 국무회의에서 잊을만하면(?) "잔인한 금융"을 역설한 배경 중 하나는 소년공 시절, 사회 초년생 시절의 이같은 경험 때문은 아닐까,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인 스스로 금융의 '배제'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는 '잔인한 금융'의 해법을 찾아 분주했다. 지난해 10월 새도약기금을 출범해 113만명의 달하는 장기 연체자의 빚 탕감에 나섰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소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이후 5000만원 이하 빚을 연체한 324만명의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도 단행했다. 금융지주들도 수십조원의 포용금융 지원방안을 밝혔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 속에 '공정한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손에 든 공무원도 목격됐다.
이달 초 다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의 구조개혁에 불을 댕겼다. 스스로를 잔인한 금융의 설계자이자 공범라고 고백했다. "절박한 사람이 왜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하냐"는 이 대통령에서 도발적인 질문에 한 발 더 나가 "현실은 더 나쁘다. 시장에 입장할 티겟조차 없다"고 쏘아붙였다. 중저신용자를 거절할 명분만 찾는 은행, '관계형 금융'을 완전히 잊어버린 상호금융, 연체 이력만을 따지는 낡은 신용평가제도 등등의 지적은 금융권 안팎의 파장을 일으켰다.
이 실장의 '저격'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한편으론 산업 자체로 인정 받지 못하고 '준 공공기관' 대우를 받는 금융으로서는 억울한측면도 없지 않다. 예컨대 '체리피커' 비난을 받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금융을 질적으로 확 바꿔놨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회초년생, 신용이력이 없는 씬 파일러의 중저신용자 이슈는 해결할 문제지만 고신용자 인플레로 인한 신용제도가 도리어 문제란 반박도 있다.
그럼에도 잔인한 금융 논란은 도리어 금융산업에 약이 될 수 있다. 한계에 봉착한 부동산금융에서 생산적금융으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듯, 포용금융으로의 구조 전환도 시대적 흐름이다. 금융당국도 내달부터 포용금융 추진단을 꾸려 건전성 규제 완화 등 지금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해법을 모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