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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심사에서 최종 탈락한 '루센트블록' 사례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해 오랫동안 쌓여 온 깊은 불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대상 기업에 지정된 이후 2022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출시해 운영했다. 그간 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거래하며 무사고 운영으로 시장성을 입증했다.
그런데 인가 심사 단계에서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물적 설비, 인력 등 외형적 인프라에 압도적인 배점을 할당했다. 규제샌드박스 사업자에게는 '신속한 서비스 개시 역량' 항목으로 가점을 부여한 부분도 있었으나 대형 기관의 자본력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NXT)과 한국거래소 컨소시엄(KDX)만 심사를 통과했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루센트블록은 유통사업을 포기하고 발행사업자로 인가를 받아 사업을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장외거래소는 시장 신뢰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인 만큼 운영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엄격한 인가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현실적 고민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루센트블록 사례처럼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겠다며 만든 규제샌드박스가 정작 사업화 단계에선 제도권 문턱에서 좌절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또한 결코 바람직한 정책적 신호는 아니다.
위험을 감내하며 사업성을 검증해 놓고 정식 제도화 시점에는 자산의 안정성을 확보한 대형 기업·기관이 시장을 점유하는 무임승차 구조가 계속되면 누가 도전에 나서겠는가. 규제샌드박스가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이참에 근본적인 재수술이 필요하다.
정부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스타트업 코리아'는 화려한 구호가 아닌 공정한 기회에서 시작된다. 개척자가 흘린 땀방울이 기득권의 밥그릇으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은 영원히 모래성에 머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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