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위 비만약도 넘지 못한 '한국형 규제'의 덫

[우보세]1위 비만약도 넘지 못한 '한국형 규제'의 덫

박미주 기자
2026.05.22 05:3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 뉴시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 뉴시스

"급여 적정성을 통과했는데 약가 협상에서 결렬돼서 처음부터 다시 급여 절차를 시작해야 해요."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약은 당뇨·비만 치료제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다. 비만 치료 열풍을 타고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7억달러(약 13조원)로 최근까지 1위였던 MSD(미국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 매출액(79억달러)을 넘어섰다.

이는 기존 치료제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큰 덕이다. 릴리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고용량까지 투약할 경우 72주차 체중 감소율이 평균 20.2%에 달했다. 게다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인 마운자로는 혈당을 낮추고 고혈압,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개선한다.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확률도 낮추며 수면 무호흡증 치료 효과도 있다. 간에 과도하게 쌓인 간 지방을 80% 이상 감소시키고 당뇨·비만 환자에게 흔히 오는 신장 기능 저하와 일부 신부전 발생 위험도 막는 효과도 보고됐다.

그런데 국내에서 저소득층은 이런 마운자로 치료 혜택을 보기 어렵다. 비급여인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고가여서다. 마운자로 시작 용량인 2.5㎎의 4주 투약 비용은 약 30만원대다.

이처럼 가격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언제 마운자로의 급여 적용이 될지도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일라이 릴리는 국내에서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마운자로의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했고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마운자로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진행된 약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급여 절차가 중단됐다.

문제는 이 경우 처음부터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해 다시 기나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급여 적정성이 인정됐는데 다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으라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약가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수개월간 검증한 앞선 평가 데이터까지 모두 무효로 돌리고 첫 단계인 급여 신청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명백한 행정력 낭비이자 환자에 대한 방임이다. 절차의 비효율성으로 발생하는 '시간의 비용'과 '환자의 고통' 역시 사회적 손실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약가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기존에 인정받은 급여 적정성 평가는 유효하게 인정하고, 약가 조정 조항이나 조건부 등재 제도를 활용해 협상 테이블을 곧바로 재개할 수 있는 유연한 완충 지대가 필요하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최우선에 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환자들의 시간은 정부의 관료주의적 절차를 기다려줄 만큼 넉넉하지 않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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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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