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기술 보던 눈으로 투자 원석 발굴…이제 VC까지 넘본다

19년간 기술 보던 눈으로 투자 원석 발굴…이제 VC까지 넘본다

송정현 기자
2026.06.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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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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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리벨리온처럼 이미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알려지기 전, 기술이 막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는 시점에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죠. 이는 오직 딥테크 전문성을 갖춘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국내 딥테크 특화 AC인 블리스바인벤처스의 형경진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AC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형 대표가 기업을 찾는 곳은 투자설명회(IR)가 아니다. 바로 기술이 탄생하는 현장이다.

형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DGIST·UNIST) 등 주요 연구중심대학은 물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술혁신지원기관 및 기술사업화지원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교원·학생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기술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부터 '기술 탄생의 최전선'에 있는 주체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서울대 AI(인공지능)연구원장 장병탁 교수가 창업한 피지컬 AI 스타트업 투모로로보틱스와 한국화학연구원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된 친환경 순환소재 기업 리피유 등도 발굴했다.

블리스바인벤처스가 강남이 아닌 용산역 인근에 사무실을 둔 것도 이 같은 투자 방식에 기인한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기술기업을 만나기 위해서는 KTX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은 자연스럽게 지역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4대 과기원 등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 제조 인프라가 수도권 밖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블리스바인벤처스 신규 투자 기업 중 지역 소재 기업 비중은 2023년 25%에서 지난해 40%로 늘었다.

형 대표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나 제조 기업은 연구소와 생산시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수도권보다 지역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며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데이터센터 등 AI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관련 기술기업들 역시 상당수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리스트 사태가 확신 줬다"…19년 기보맨의 창업
블리스바인벤처스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블리스바인벤처스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형 대표는 블리스바인벤처스의 경쟁력으로 "해당 기업이 동종 업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을 꼽았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바탕에는 19년간 몸담았던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 경험이 있다. 이 기간 형 대표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의 가치를 평가해 자금조달을 지원·보증하는 IP보증 업무를 비롯해 대학·연구소 기술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인 U-TECH(유테크)·R-TECH(알테크) 보증 업무 등을 맡았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기술보증을 제공하고, 대학·연구소의 연구성과가 기업으로 이전돼 사업화되는 과정을 지원하며 수많은 기술기업의 성장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것.

그는 "기보 입사 당시인 2000년대 초반 벤처생태계는 기업도, 투자자도, (정부) 지원 체계도 지금보다 훨씬 미성숙했다"며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그가 AC 창업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형 대표는 "당시 국내 기술은 상당 부분 일본을 추격한 상태였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특히 소재와 부품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수출규제 이후 기업들이 국산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향후 벤처 생태계 성장을 이끌 주역은 결국 딥테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확신은 2021년 블리스바인벤처스 설립으로 이어졌다.

AI 시대 여는 기반기술에 베팅…연중 VC 라이선스 취득 추진

형 대표는 딥테크를 단순히 AI나 로봇이 아닌 '다음 시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 기술(Enabling Technology)'로 정의한다.

그는 "AI 역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수많은 요소기술 위에서 작동한다"며 "우리는 AI 자체보다 AI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 기업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리스바인벤처스가 소부장 기업과 대학·연구소 기반 기술창업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철학에 기반한다.

현재 블리스바인벤처스는 소부장 기업을 비롯해 대학·연구소 기반 기술창업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약 350억원 규모다. 설립 5년도 채 되지 않아 아기유니콘 8개사와 예비유니콘 1개사 등 총 9개사를 발굴·육성했다.

현재까지 투자한 102개사 중 71.5%에 달하는 73개사가 후속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이중 71개사(69.6%)는 투자 집행 후 1년 이내에 후속 투자를 이끌어냈다.

블리스바인벤처스는 연내 VC(벤처캐피탈)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발굴에 그치지 않고 후속 투자와 회수(엑시트)까지 기업의 성장 전 주기를 함께하는 투자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형 대표는 "성과가 나온 뒤 투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우리는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을 포착해 '넥스트 리벨리온'이 될 기업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와 엑시트까지 함께하는 딥테크 전문 투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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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미래산업부 송정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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