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고용 시대, 취업의 '길'이 바뀐다
학력에 상관없이 능력 중심의 열린고용과 고졸·중졸 인재들의 다양한 취업 성공 사례, 정부와 기업의 채용 변화, 청년들의 진로 탐색 등 새로운 취업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학력에 상관없이 능력 중심의 열린고용과 고졸·중졸 인재들의 다양한 취업 성공 사례, 정부와 기업의 채용 변화, 청년들의 진로 탐색 등 새로운 취업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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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도전했던 일이 무엇인가요?"(윤성배 대우건설 인사 담당자) "전산회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대동세무고 3학년 김원희) "답변이 너무 짧아요. 좀 더 살을 붙여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었는데 무엇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열심히 준비한 전산회계 자격증 시험이 기억에 납니다. 다른 일보다 열정을 쏟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와 같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세히 표현해야 합니다."(윤 담당자)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강당. 오는 18~19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5개 정부 부처가 함께 개최하는 '2012년 열린고용 채용박람회'를 앞두고 열린 '커리어 페스티벌-고졸채용 모의 면접'의 한 장면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기획한 이날 행사엔 경기여상과 서일정보산업고, 대동세무고 등 모두 100여 명이 참여했다. 대동세무고 학생 30여 명
# 중학교 3학년, 인문계고와 실업계고 진학을 놓고 고민했다. 성적은 반에서 10등 내외였다. 대학을 가기 위해선 인문계를 선택해야지만, 걱정이 앞섰다. 우선 고교 3년 동안 학원비가 부담이었다. 가정 형편상 1년에 1000만 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도 맘에 걸렸다. 무엇보다 명문대를 나온다고 해도 취업이 안 되는 사회 분위기가 걱정이었다. 결국 실업계고 진학 후 취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도 적극 지지해 줬다. 실업계고 중에선 상고보다 공고가 끌렸다. 앉아서 일하는 단순 사무직보다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상위권 성적 덕분에 매년 수 십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실업계 명문 수도전기공고에 합격했다. 입학 후 기계 다루는 게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했다. 3년 동안 기계분야를 열심히 공부한 끝에 명문대학 출신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한국수력원자력에 고졸 공채로 입사했다. 그에게 '수도전기공고 사상 최초 여성 한수원 입사자'란 별칭이 붙는 순간이었다. 올해 초 한수원 고졸 공채에
'한국전력 사무직 4명 합격, 삼성·한화그룹 고졸공채 합격, 기업은행·우리은행 등 은행권 다수 취업' 정부 과천청사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평촌경영고(옛 안양평촌정보산업고). 취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학교 정문 주위를 가득 채웠다. 입구엔 취업 명문 특성화고임을 알리는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마크도 붙어 있었다. 이 학교는 정부가 인정한 '고졸취업 우수학교'다. 20%에 머물던 취업률이 1년 새 60%대까지 올라서다. 평촌경영고가 이처럼 잘나가는 비결은 '취업지원관'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직업상담사와 전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등을 취업지원관으로 채용해 대학이나 특성화고에서 진로 및 취업 지도를 하게 했다. 현재 전국 500여 개 학교에서 600여 명의 취업지원관이 근무하고 있다. 1년 만에 취업률을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린 이 학교 취업지원관 이진욱 교사는 대기업 인사팀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2007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대
우리나라엔 취업을 목표로 운영되는 고등학교가 총 654개있다. 이중 특성화고(옛 전문계고)가 474개로 가장 많고 종합고가 152개, 마이스터고 28개다. 문제는 이들 학교의 취업률이 현재 25.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다 본 올해 잠정 취업률도 38.3% 정도다. 학생 100명 중 취업자가 40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더 많이 하는 게 한국 취업 교육의 현실인 셈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아직 우리사회가 대학이라는 간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탓에 학생들이 취업보다 진학을 꿈꾼다. 그러다보니 대학진학률이 70~80%에 이르는 등 학력 인플레이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열린 고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들어갈 수 있고, 또 본인만 원하면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부모들이 내 자식만큼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합니다. 고졸 학력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가 얼마나 실력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대한민국이 바뀌려면 무조건 대학만 가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조용간 성동글로벌경영고 교장이 지난 2년간 이 학교에서 취업 지도를 하면서 느낀 소회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사회문제로 드러난 학력 인플레이션 문제가 도를 넘었다고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특성화고의 취업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장의 '선취업 후진학론'에 대해 들어봤다. - 취업률이 1년 새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비결이 뭐죠? ▶ 2010년 취업률이 27%였는데 지난해엔 56.8%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노력했지만,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우리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열린 고용' 정책을 내놓은 덕분에 탄력을 받은 거지요. 학생들의 대학진학과 취
# 올해 초 산업은행에 입사한 이수지(20, 가명)씨는 최종 학력이 고졸이다. 산은이 20년 만에 부활시킨 고졸 공채를 통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올해 2월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옛 성동여자실업고)를 졸업한 이 씨는 2011년 9월1일 고3 마지막 모의고사 보는 날 취업교육부 선생님으로부터 "산업은행이 정규직 고졸 신입행원 채용 공고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신은 좋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걱정이 많은 때였다. 하지만 진학을 해도 또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 고졸 공채 시험에 응시키로 했다. 명문대 출신들도 들어가기 힘든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학교에선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이 씨를 포함해 산업은행 지원자 5명을 모아놓고 자기소개 쓰는 법부터 필기시험, 모의 면접까지 채용 프로세스에 맞게 지도했다. 7명의 취업부 선생님들은
독일은 지난 1717년 일정 연령까지 무조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1960~1970년대 교육제도의 근간을 전면적으로 개혁, 현재 학제를 정립했다. 우리나라처럼 중앙 정부 산하 교육부의 획일화 된 교육정책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주 정부 교육부 관장 하에 지방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의무 교육기간은 13년으로 만 6세부터 18세까지다. 만 6세에 입학하는 초등학교(Grundschule)는 4년제다. 통상 초등학교 4학년(10세)이 되면 대학을 갈 것인지 직업 교육을 받은 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것인지 교사가 정해준다. 물론 나중에 변경이 가능하다. 공부를 더 해서 대학에 진학하려고 할 땐 중등 교육과정인 김나지움(Gymnasium)에 간다. 이 학교는 9년제다. 일종의 졸업시험이자 동시에 종합대학(Universitaet) 입학자격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치르고 졸업을 한다. 김나지움 외에 학생들의 학업 능력과 희망에 따라 교사
독일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지난 1995년 독일로 간 김진숙(43, 가명)씨. 두 명의 자녀를 모두 독일에서 교육시킨 그는 독일의 교육제도에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억압받는 교육'이 아닌, 자율과 창의가 전제된 열린 교육이기 때문이다. 김 씨의 큰 딸인 박민지(18, 가명)양은 지금 김나지움(Gymnasium)에 다닌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문계 고등학교다. 민지양은 한국의 고3과 같은 학년이지만, 오후 4시면 학교가 끝난다. 민지양은 개별 학습을 통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별다른 스트레스는 없다. 김 씨는 "민지가 어릴 때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 독일의 교육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독일 학생들은 무작정 대학에 가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교육 시스템 역시 이에 맞춰 움직인다는 것이다. 김 씨는 "독일은 한국처
"독일에서 교육이란 건 '산(産)·학(學)' 연계를 뜻합니다. 그 어떤 철학적인 측면보다 실용적인 형태의 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독일식 교육 안에는 한 인간이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과 더불어 직업 선택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은 독일의 교육을 이렇게 정의했다. 독일의 학문이 산업과 촘촘하게 잘 연결돼 있고, 그것이 독일 교육 시스템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결국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실용적인 학문을 접하는 과정에서 직업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게 독일 식 교육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열린 고용'을 화두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고졸 채용이 독일에선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독일의 교육 현장에서 30년간 몸담아온 그로스 교장이 전하는 '독일식 열린 고용'에 대해 들어봤다. - 독일의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열린 교육'의 모범 사례로 유명합니다. ▶ 학생들이 공부면 공부, 기술이면 기
#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Hauptbahnhof)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달려 도착한 프리츠 타노우가(Fritz Tarnow Straße).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세계적 명사의 이름이 들어간 학교가 눈에 띄었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Anne-Frank-Realschule )'. '안네의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 작가 '안네 프랑크' 이름을 딴 학교였다. 안네가 1930년대 살았던 곳에 지난 1961년 건립됐다. 이 학교는 레알슐레, 우리나라로 치면 실업계 학교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만 10세) 이미 대학진학 대신 취업하기로 맘을 먹고 이 학교에 들어온다. 학교에선 다양한 직업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6년제인 이 학교에선 530여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금융, 자동차기술, IT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 교육을 받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시 고용사무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등과 연계한 직업 교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