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우무콩국과 메밀만두, '위대한 시집'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인가요? 김소월? 그렇다면 김소월의 시 몇 편을 외우고 계신가요, 아니 알고 계신가요? 한 편? 두 편? 세 편?
그럼 한용운은, 정지용은, 서정주는, 고은은, 신경림은, 정호승은, 김용택은, 도종환은, 안도현은요? 다들 한 편, 아니면 두어 편 정도죠? 평생 동안 사람들이 오래오래 기억해주는 단 한 편의 시만 써도 시인으로서 성공한 셈이라는 얘기인데요, 시집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물론 유관순, 안중근, 전태일, 문익환 같은 이는 생애 자체가 한 편의 시이던 분들이었고요. 그래서 그들의 생애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롯이, 오래도록 살아있는 거지요.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시가 단 한 편이라도 기억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요. 아니 기억되지 않는다 한들, 스스로 시 한 편 가슴에 품고 떠날 수 있다면......, ”
거칠고 붉은 우뭇가사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희디흰 우무가 되고, 늙은 누에의 몸이 더없이 결 고운 비단이 되는 법인데요. 변변한 시 한 편 내놓지 못한 주제이지만, 지금 먹고 있는 이 밥이 뭇 생명의 피와 살로 지은, 위대한 살신성인의 시임을 시인이 모를 리 없지요.
사실 시인의 시도 그의 온몸과 영혼의 실을 뽑아 지은 고치 같은 것임에야. 세상의 시인들이여, 이 살인적인 복더위에 시원한 우무 한 그릇으로나마 위무 받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