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득표율 57%-이달 28일부터 2030년 9월 28일까지 임기

국내 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의 38대 총무원장이 37대 총무원장을 지낸 진우스님으로 결정됐다. 자승스님이 당선된 33~34대 총무원장 선거 이후 13년 만의 연임이다.
조계종은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총무원장 선거를 열고 진우 스님을 제38대 총무원장으로 선출했다. 진우스님은 전체 선거인단 321명 중 183표(57%)를 얻었으며, 경우스님은 138표(43%)를 획득했다. 복수 후보가 출마한 것은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진우스님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당선증을 수령하고 조계사 대웅전에서 당선을 부처님에게 알리는 '고불식'을 봉행했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종단 안정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국 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며 "불교를 더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한국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은 종정과 함께 조계종을 이끄는 수장이다. 종정이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면, 총무원장은 행정을 총괄하는 실무 대표자다. 3000여개 소속 사찰과 24개 교구본사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며 주지 임명권, 예산 편성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조계종의 1년 예산은 1054억여원(올해 기준)에 이른다.
경우스님과 정념스님(중도 사퇴)은 '종단 개혁파'보다 불교의 위상 강화를 약속한 진우스님의 청사진이 불교계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4년간 총무원장을 맡아 AI(인공지능) 로봇 스님 도입, 불교 박람회 역대 최다 관람객 달성 등 성과가 선거인단의 마음을 움직였다. 투표권을 가진 중앙종회 의원 53명은 선거 전 "진우스님의 검증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개 지지에 나서기도 했다.

진우스님의 '소방수'로서의 역량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재정 문제와 승려의 부적절한 행위로 위기에 처한 장성 백양사의 주지를 맡아 안정화를 담당했으며, 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탄핵당했을 때도 권한 대행을 맡아 위기를 수습했다. 불교계 관계자는 "불자·출가자 감소 등 여느 때보다 'K불교'의 위기가 심각하다"며 "위기 타개가 급선무라는 불교계의 뜻이 진우스님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우스님은 교세 회복을 제1과제로 놓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젊은 불자들을 늘리기 위한 불교박람회·선명상 등 콘텐츠 확대와 비구니(여성 스님) 권한 강화, 승려 복지 개선 등이 첫 손에 꼽힌다. 특히 젊은 신자들의 이탈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불교 신자 비율은 8%(지난해 기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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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를 지지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아우르는 정책도 필요하다. 진우스님 스스로 제시한 공약인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과 기본수행비 지급, 중앙분담금 점진적 감면 등으로 실질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종단은 오는 4일 원로회의를 열고 당선인의 인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제38대 총무원장의 임기는 이달 28일부터 2030년 9월 28일까지 4년간이다. 중앙승가대학교 이사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등 대표직도 함께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