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만들어준 '정부 비상통장'…'추경 상시화' 우려

반도체가 만들어준 '정부 비상통장'…'추경 상시화' 우려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김온유 기자
2026.08.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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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추가세수 개념/그래픽=이지혜
초과세수·추가세수 개념/그래픽=이지혜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늘어난 세수 등을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한다. 일종의 '재정 저수지' 역할을 담당할 기금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인데,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임의로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쌈짓돈'이 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상시 추경(추가경정) 예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을 위한 패키지 법안을 입법예고한다. 관련 법안은 다음 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발(發)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등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미래 대응 분야에 집중투자 하기 위해 신설하는 기금이다.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단순 일회성·선심성 지출로 낭비하기 보다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마중물로 쓰겠다는 취지다.

재원은 △추가세수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잔여 재원 등을 통해 마련한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역대급 세수 풍년으로 미래대응기금 규모는 최소 12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에는 상당한 규모의 여유자금이 적립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정확한 규모를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란 정부의 추가세수 활용법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당장 미래대응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상시 추경 성격을 띨 수 있단 지적이다. 기금운용계획 자체는 국회 심사를 받지만, 국가재정법상 국회 승인 없이도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20~30%(사업성 기금 20%, 금융성 기금 30%) 범위에서 정부가 임의로 지출 계획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회 동의 없이 추경을 편성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회계연도 중 예측이 어려운 정책 수요 발생 시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회의 미래대응기금 패키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 재량을 얼마만큼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역대급 세수 호황을 불러온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미래대응기금에 들어올 돈도 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했단 입장이지만, 예상치 못한 세수 가뭄이 장기화하면 '재정 저수지'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아울러 중복과 과잉, 비효율에 대한 지적도 여전하다. 미래대응기금 내 성장동력계정과 150조원 규모로 출범한 국민성장펀드, '20조원+알파(α)' 규모의 한국투자공사(KIC) 내 전략투자계정 간 기능 중복 우려 때문이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재정경제부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만들고, 2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와 미래대응기금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지원대상이 모두 전략산업으로 기금-펀드간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큰 혼선이 있을 수 있고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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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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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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