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송전망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확정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첨단산업의 전력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송전망 조기 구축을 통해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적기 공급하는 한편 호남 반도체 산단을 위한 전력망 구축 사업도 예타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열고 99개 송전망 사업을 국가기간망 사업으로 지정했다. 국가기간망 사업으로 지정되면 입지선정, 환경영향평가, 규제개선 등 각종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가기간망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99개 사업 중 예타 대상이 되는 32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초부터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재정경제부는 기후부, 한전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근 32개 사업 중 15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총 14조2000억원 규모다.
대규모 송전망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확정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예타 면제를 통해 전력망 건설 기간이 기존 10년6개월에서 9년으로 1년6개월 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속한 전력망 구축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발표한 전력수요전망에 따르면 2040년 최대 전력수요는 현재보다 70% 늘어난 165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3대 메가프로젝트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해 기존 전망치 대비 28.5GW의 전력설비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신규 대형원전 약 20기에 맞먹는 규모다.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선 발전설비 확충뿐 아니라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전력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는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의 수급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수도권에는 반도체 산단 등 첨단산업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으나 전력 자립도는 65% 수준이다. 반면 호남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면서 전력 과잉생산으로 인한 발전제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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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선 대규모 송전망 구축이 필수적인데 현재 호남과 수도권을 연계하는 345kV(킬로볼트)급 대용량 선로는 2개에 불과하다. 신속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와 막대한 사업비 등으로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송전망 예타 면제를 통해 사업이 조기 추진되면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기 공급도 차질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신속한 인허가와 전력망 조기 구축 등을 통해 용인 국가산단(삼성전자)의 완공 시점을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일반산단(SK하이닉스)은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긴다.
이번에 예타 면제가 확정된 송전망은 신해남~서인천복합, 신해남~당진화력, 새만금~영흥화력 등 대부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진다. 최대 203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조기 완공을 위해 2041년까지 전력공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호남 반도체 산단 전력망에 대한 예타 면제도 추진한다. 호남 반도체 산단은 전력·용수 인프라의 신속한 구축을 거쳐 2029년 1차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기후부와 한전은 재경부 협의를 거쳐 전력망 예타 면제를 위한 국무회의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호남 산단 전력공급은 우선 신장성-신광주 선로에서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중화 공사와 변전소 구축 등에 총 93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한 전력망 구축을 위해서는 예타 면제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 로드맵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세웠지만 전력망 계획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기국가 전환을 위해선 전력망뿐 아니라 수소나 열에너지 계획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국가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