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 등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인도 등 주요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개선협상부터 멕시코·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 신규·재개 협상까지 통상 네트워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협상이 완료돼 발효를 앞둔 곳을 포함하면 올해 FTA 확대 대상은 22개 국가·그룹에 이른다.
2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모로코·이집트·아르헨티나·우루과이·메르코수르·멕시코·탄자니아 등 7개 국가·그룹과 협상 개시 또는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태국·파키스탄과는 신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중국·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싱가포르와는 기존 협정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과테말라·에콰도르·걸프협력회의(아라비아반도 경제 협력체)·조지아·말레이시아·영국·세르비아·몽골·방글라데시 등 9개 국가·그룹은 이미 협정을 타결하거나 서명까지 마쳐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FTA 외연 확대 대상이 22개 국가·그룹이다.
현재 협상에서 정부가 가장 비중을 두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과는 서비스·투자 분야 제15차 협상을 진행했고 인도와는 제12차 개선협상을 진행했다. 신규·재개 협상에서는 멕시코와 메르코수르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멕시코는 한국 기업의 진출과 교역이 활발하지만 현재 FTA가 없고, 메르코수르 역시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남미 주요국을 포함하지만 한국과의 FTA 기반이 없다.
모로코와 이집트는 경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아프리카 진출 거점이라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모로코는 EU(유럽연합)와 미국 모두 FTA를 맺고 있어 한국 기업이 현지 생산을 통해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FTA는 관세 인하뿐 아니라 투자 확대와 경제협력, 소비자 편익 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의 특성상 FTA를 통해 해외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통상 전략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미국과의 통상관계는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서도 그 외 국가들과의 FTA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전판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특히 정부는 거대 경제권에만 집중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가와도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FTA는 발효 즉시 모든 품목의 관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품목에 따라 10년 또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경우도 있어 협정의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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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오 산업부 통상협정정책관은 "지금 작은 국가들이 15년 이후에도, 20년 이후에도 우리나라 입장에서 계속 작은 국가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 미리 씨앗을 뿌려놓지 않고 나중에 그 국가들이 잘되고 나서 갑자기 친한 척한다고 해서 그때 가서 쉽게 관계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통상 협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원칙적 타결에 이른 방글라데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약 1억7000만명의 시장으로, 한국과의 FTA를 통해 경유 관세가 기존 6%에서 0%로, 윤활유 관세가 28%에서 0%로 낮아지는 등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방글라데시처럼 현재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라도 향후 성장 가능성과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미리 통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현재 주력 산업이 수십 년 뒤에도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시장에 통상 관계를 구축해 위험을 분산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여러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통상당국의 인력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신규 인력 확대보다는 기존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와 통상 분야 전문성 강화를 통해 여러 협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