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사회적 논의·의견수렴 착수…"가입 결정한 것 아니다"
-농업계 "97% 관세철폐, 농업 희생 불가"…9월 간담회 갈등 고조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가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의견수렴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농민단체들은 "사실상 가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농업계가 '사회적 논의의 시작'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CPTPP 가입 문제가 향후 농정·통상 분야의 핵심 갈등 현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27일 열린 제273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관련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사회적 논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익과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면밀히 살펴 가입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CPTPP 가입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동시에 CPTPP 가입이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농업계 예상 피해를 소홀히 다루거나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며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농업인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에는 농업인 종합단체와 품목별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현재 농업 분야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며 결과는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업계가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관련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8.0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717220095761_3.jpg)
정부가 가입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사회적 논의와 산업별 영향 분석, 국내 보완대책 검토 등에 들어간 것 자체가 사실상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한농연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이다. 한농연은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철폐율이 97%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농산물 평균 관세철폐율은 72%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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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준의 개방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지켜온 농업 민감품목까지 추가 개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CPTPP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한 국가들과 이미 개별 FTA나 다자간 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만큼, 기존 회원국에는 추가 개방을 하고 멕시코에는 새롭게 시장을 열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농연의 주장이다.
CPTPP는 현재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베트남·영국 등 12개 경제권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영국의 가입까지 완료되면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선 대형 경제협력체로 확대됐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8.0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717220095761_4.jpg)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도 강하게 반발했다. 전여농은 정부 발표 하루 전인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여성농민 400여명이 CPTPP 가입 반대 목소리를 냈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를 "가입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라고 규정했다.
전여농은 특히 농업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영향평가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가입 논의부터 시작하고 추후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는 농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논의 역시 가입을 전제로 한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농업계가 CPTPP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반복된 시장 개방에 대한 누적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가격 불안, 기후변화 등으로 농가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과 식량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여농은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주권을 내놓고 얻는 국익은 국익이 아니다"라며 CPTPP 가입에 따른 득실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 역시 가입을 강행할 경우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향후 관건은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실질적으로 이뤄지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농업계는 논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가입을 향한 수순이 시작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향후 영향분석 결과와 시장개방 수준, 민감품목 보호 가능성, 피해 보완대책 등을 둘러싼 논쟁까지 본격화할 경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