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제개편안 정부안을 수정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정부안을 둘러싼 논란이 있더라도 최종 입법이 국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부안을 고수한 뒤 국회에서 추가 논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수정안을 확정했다. 논란이 됐던 종합부동산세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관련 세법을 수정했다. 정부가 수정안 없이 원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부터 여론이 좋지 않았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실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했다. 실거주에는 인센티브를, 비거주에는 페널티를 주는 게 핵심이었다.
그동안 우대해왔던 1주택자도 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를 차등했다. 이에 따라 12억원이었던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실거주 14억원, 비거주 9억원으로 조정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뒤 산출한다. 기본공제액이 늘어나면 종부세가 줄어든다. 기본공제액이 줄어들면 종부세가 늘어난다.
기본공제액이 줄어든 비거주 1주택자 입장에선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취학, 질병, 해외 체류 등 '부득이한 비거주' 사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불만은 잦아들지 않았다.
더욱이 공정시장가액을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 부담 상한도 기존 150%에서 200%로 조정하는 방안이 세제개편안에 담겨 납세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직접적인 변화를 촉발한 건 여당이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폭넓은 1주택자 비거주 사유 인정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 조정 재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 200% 확대에 대한 숙의 등을 요청했다.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달라는 요청은 정부가 바로 수용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합리적인 비거주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거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득이한 비거주' 사례는 시행령 사안이기 때문에 입법과 무관하다. 정부 의지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국회 제출용인 수정안에 담을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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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정부와 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실거주와 비거주의 차등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따를 경우 정부의 실거주 우대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정부는 실거주에 부여한 인센티브는 유지하되, 비거주 페널티는 철회하는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했다. 반면 세 부담 상한을 원상복구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는 그대로 받아 들였다.
ISA 관련 세법은 수정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정부는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ISA 혜택을 줄였다. 기존 ISA의 계약 기간을 최초 3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납입 한도를 이월하는 기능도 없앴다.
국내 증시 활성화와 함께 국민 자산 증식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단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산적금융 ISA를 부각하기 위해 기존 ISA의 혜택을 깎은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참모들과 회의에서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건데, 왜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ISA 계약 기간과 납입 한도를 원상 복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같은 날 문제제기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안을 두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당‧정간 논의 등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기 국회 심사과정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