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원전 시장 열렸는데…집안 싸움에 팀코리아 '흔들'

전세계 원전 시장 열렸는데…집안 싸움에 팀코리아 '흔들'

세종=조규희 기자
2026.10.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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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원전 에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대우건설 제공)
체코 신규원전 에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대우건설 제공)

대미 원전 투자 프로젝트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K원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K원전 유럽 진출의 교두보이자 가장 앞선 사업인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시공사) 간의 시공 하도급 계약이 15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최종 불발되면서다.

한수원은 29일 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EDU II)와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양사는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거치며 협상을 이어왔으나 공사대금과 계약 방식, 역무 범위 등 핵심 조건에서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번 결렬이 뼈아픈 이유는 국제 원전 수주전에서 발주국이 가장 눈여겨보는 핵심 지표가 다름 아닌 '사업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50여 년간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건설한 경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정해진 예산과 일정을 준수한 '온 타임·온 버짓(On Time, On Budget)'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체코 정부가 미국·프랑스 등 글로벌 원전 강국을 제치고 한수원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 배경에도 이러한 사업관리 역량과 신뢰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시공사를 교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K원전의 최대 강점이던 사업 안정성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체코 테믈린 3·4호기 추가 원전 건설 옵션 확보는 물론 미국, 베트남 등 향후 이어질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도 대외 신뢰도 저하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인해 당장 9개월간의 시공사 공백과 향후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리스크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체코 정부와 발주사는 당초 지난 9월 말까지 시공사와의 계약을 마무리하라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특히 협상 장기화로 시공사의 설계 하도급 관리와 관련 시공문서 제출이 지연되면서 체코 측에서도 지속적으로 공정 지연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이 체코측에 10월 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을 공유하고 대우건설의 '12월 말 협상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도 체코 측의 신뢰 이탈과 공정 지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수원은 사업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본부장(부사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공 계약이 난항을 겪고 합의를 못했지만 먼저 전체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 영향은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히고 싶다"며 "시공 계약이 안 됐다고 해서 전체 프로젝트에 물론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전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빠듯한 후속 일정이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7년 4월 건설·건축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8년 1월 건설부지 준비공사(부지정지)에 착수하고 2029년 11월 본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수원은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국가계약법에 근거한 경쟁입찰로 전환해 △2027년 1월 사전설명회 △2027년 4월 입찰공고 △2027년 7월 낙찰자 선정 및 계약 체결을 마친다는 목표다.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자격 요건을 갖춘 모든 건설사에 입찰 문을 열어두고 내년 7월까지 이어질 9개월간의 공백기에는 필수 설계·인허가 업무를 분리 발주하거나 한수원이 직접 수행해 공기 지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 속에 법적 분쟁이라는 악재 가능성까지 겹쳐 있다. 시공단이 이미 설계·시공 준비작업과 체코 현지 사전공사를 일부 진행 중이어서 2018년 체결한 공동협력협약 해지 절차와 기수행 비용 정산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 측이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팀코리아'의 내홍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김창희 산업통상부 원전전략기획관은 "원전은 국가적 수출 산업으로 시공사 등이 영향 끼칠 수 있지만 시공능력 뿐 아니라 설계·정비·시공력을 포함해 기자재 공급망 등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시공사 교체가 향후 원전 수주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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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조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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