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대신 매월 생활비·교육비 지급…가족 상황에 맞춰 맞춤 설계 가능

사망보험금을 유가족에게 한꺼번에 지급하는 대신 생전에 정한 조건과 시기에 따라 나눠 지급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도 시행 이후 관련 문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가 생전에 사망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생명보험회사 등 신탁회사에 맡기고, 사망 이후 미리 정해둔 조건과 시기에 따라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가장 큰 특징은 보험금을 받는 시기와 방법을 보험계약자가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액의 보험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대신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거나 자녀의 특정 연령에 맞춰 교육비와 목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가 6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신탁하면서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월 300만원씩 지급하고, 대학 입학 시 각각 1억원을 지급하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후 남은 보험금은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일괄 지급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령 배우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70대 부부 중 한 사람이 3억원의 보험금을 신탁하고 배우자에게 매월 250만원씩 지급하도록 설정한 뒤, 배우자가 사망하면 남은 보험금을 자녀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갑작스럽게 거액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배우자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장애 자녀의 장기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장애가 있는 자녀가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모가 보험금을 신탁하고 일정 기간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설정하면 사망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
이처럼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단순한 보험금 지급을 넘어 사후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보험계약자가 생전에 구체적인 지급 조건을 정해두기 때문에 가족 간 보험금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탁회사가 보험금을 보관·관리하는 만큼 수익자의 재산관리 능력이나 연령 등을 고려한 지급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모든 사망보험금이 신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보험 주계약의 일반사망보험금 가운데 3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해야 한다. 신탁 수익자 역시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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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고령화와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속·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단순히 '얼마를 남길 것인가'를 넘어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가'까지 생전에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족 보호를 위한 보험의 역할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