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ESS 레벨업 (上)
-정부 이르면 내달 3차 입찰 공고

정부 주도 ESS(에너지저장장치) 입찰의 '판'이 2배로 커진다. GW(기가와트) 규모로 확대된 ESS 프로젝트 시대의 본격 개막에 앞서 과열된 저가 수주전 등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전력거래소는 이르면 다음달에 발표할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의 규모를 1GW 이상으로 공고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차와 2차 때는 모두 약 560MW(메가와트)였다.
정부는 일단 AI(인공지능) 시대 도래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풍력 등의 경우 날씨 및 시간별 발전에 기복이 있어 ESS 배터리와 같이 에너지를 저장할 매개가 필수적이다. 실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9.7%였는데, 2035년까지 이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2038년까지 23GW 규모의 ESS를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확정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보다 공격적인 목표가 담길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351,000원 ▲1,500 +0.43%)·삼성SDI(516,000원 ▼3,000 -0.58%)·SK(554,000원 ▼2,000 -0.36%)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입찰 시장이다. 정부가 2038년까지 ESS 프로젝트에 투입할 금액은 총 40조원에 달한다. 1·2차 입찰의 경우 1조원대로 알려졌는데, 3차에서는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 전기차 전방 수요가 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을 지나는 시점이어서 ESS는 배터리업계의 가장 중요한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관심사는 '입찰→수주→이익 발생→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에 쏠리고 있다. 지난 1·2차 입찰에서 배터리 3사간 과도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이 발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3차 입찰부터는 비가격 평가항목 비중 확대, 최저가격제 도입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부 관계자는 "3차 ESS 입찰 물량이나 시점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전력거래소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가 전시되어 있다. 2026.03.1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622574823722_2.jpg)
폭발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ESS 중앙계약시장은 꼭 잡아야 할 기회다. 하지만 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취지와 달리 각 업체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차 ESS 입찰 때보다 올해 2월 2차 입찰 때 평균 입찰 가격이 더 낮아졌다.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차 입찰 당시 kWh(킬로와트시)당 30원대였던 입찰 가격이 2차 입찰에서 20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24년 제주 시범사업 때 추정 입찰가가 kWh당 50원대였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낙폭은 더욱 피부로 와닿는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찰 가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독자들의 PICK!
실제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 2차 입찰에서는 SK온이 각각 절반 이상의 물량을 따내며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작 속사정은 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차 입찰에서 가격 배점이 1차(60%)보다 10%포인트 낮은 50%로 줄었지만 모두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은 되레 더 내려갔다"며 "수주를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이런 수준의 가격이라면 국내 ESS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보다 해외에 판매하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배터리사들은 그간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입찰 시장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해왔다. 입찰 마감 직전까지 '가격'으로 상호 눈치보기 싸움이 지속되는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측면도 있다. 가격만 바라보는 입찰이 아니라,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까지 골고루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깔렸다.
우선 접근 가능한 대안으로는 최저가격제가 꼽힌다. 정부가 가격의 하한선을 정해준다면 배터리 가격을 놓고 과열 경쟁을 하는 양상이 조금은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풍력 입찰 때와 같이 상한가를 정해두고 이 가격의 85% 미만으로 지원한 사업자 모두에 가격 평가 최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입찰가를 무작정 낮춘다고 계속 점수가 올라가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가격 이외의 요소를 평가해 최종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를 1차로 선정한 뒤 이들끼리 가격 경쟁을 벌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공지할 3차 입찰에서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3차 입찰 규모가 기존의 2배에 가까운 1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본격적으로 ESS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보호 장치'를 두는게 국내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K배터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ESS는 국가 전력 계통에 연계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