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삶을 바꾸는 연대]⑪안산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병원에서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 다음은 누가 돌볼까."
병원 진료가 끝나도 돌봄은 끝나지 않는다. 거동이 어려우면 방문진료를 받아야 하고 식사를 챙기기 어렵거나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의료협동조합이 병원 밖으로 역할을 넓혀 이런 빈틈을 메우고 있다.
김영림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산의료사협) 이사장은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지역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우리 힘으로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의료와 돌봄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산의료사협은 2000년 4월 약 300명의 조합원이 힘을 모아 의원과 한의원을 열면서 출발했다. 주민들이 믿고 이용하면서 자신의 상태와 치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직접 만들자는 취지였다.
26년이 지난 현재 조합원은 약 9200명으로 늘었다. 주민들의 필요가 달라지면서 사업도 치과와 요양원, 주간보호, 장애인활동지원, 재택의료 등으로 확대됐다.

필요한 서비스 없으면 직접 만든다
사업 확장의 출발점은 주민들의 요구였다. 믿고 이용할 치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지역의 다른 협동조합과 치과를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나이가 들면서 부모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필요해지자 요양원도 세웠다.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무언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같이 의논하고 '우리 한번 해보자'고 한다"며 "그렇게 힘이 모이면서 필요한 사업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도 안산의료사협의 역할이다. 재택진료를 나갔다가 가정간호나 장기요양이 필요한 주민을 발견하면 관련 서비스를 연계한다. 주거와 식사처럼 조합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지역의 다른 사회적 경제 조직과 협력한다.
김 이사장은 "재택진료를 나가면 환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생활 자체를 보게 된다"며 "의료와 돌봄이 같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락 받던 주민이 미술 선생님으로
이런 연결은 주민의 생활에도 변화를 만들었다. 안산의료사협 봉사단으로부터 도시락과 반찬을 지원받던 한 주민은 건강을 회복한 뒤 더 이상 지원을 받지 않게 됐다. 이후 과거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안산의료사협 미술교실 강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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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받던 주민이 이번에는 다른 주민을 돕게 된 셈이다. 우세옥 안산의료사협 전무이사는 "도움을 받던 분도 건강해지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며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의료사협은 방문진료가 제도화되기 전부터 거동이 어려운 주민의 집을 찾는 활동도 해왔다.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환경을 살피면서 필요한 돌봄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다.

병원 밖 돌봄 지속하려면
과제는 이 같은 활동을 지속할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 교육과 소모임, 봉사활동 등 주민의 관계망을 만드는 데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그 성과는 매출이나 일자리 같은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일자리 창출은 숫자로 보이지만 도움을 받던 주민이 자기 삶의 주체로 나서는 변화는 평가하기 어렵다"며 "지역을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주민이 나이가 들어 거동이 어려워져도 가능한 한 살던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약 9200명인 조합원을 1만명까지 늘리고 가정형 호스피스 등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돌봄을 이어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생활할 수 있도록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치매가 있더라도 인간적이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돌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민 300여명이 만든 의원과 한의원은 26년 동안 치과와 요양, 재택의료로 영역을 넓혔다. 병원 문을 나선 뒤에도 필요한 의료와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 안산의료사협이 주민들과 만들어온 지역 돌봄의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