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폐된 공간에서 13년 넘게 금속 분진 등에 노출된 근로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약 13년4개월 동안 금속가공업체에서 철, 알루미늄, 탄소강, 스테인리스강 등을 절단·연마하거나 기계부품을 가공했다. 그는 2021년 9월 원발성 폐암인 선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던 중 숨졌다.
A씨 배우자는 폐암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당시 A씨가 일하던 환경의 금속분진 수준이 낮고 니켈·크롬도 발암성 형태가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 배우자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배우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망한 A씨는 약 13년4개월간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금속 절단·연마 작업을 하면서 금속분진과 절삭유 미스트 등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속 가공 과정에서 생긴 고열·마찰열로 크롬·니켈이 발암성 형태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인정됐다. 절삭유를 분사하면서 발생한 초미세 미스트가 폐포까지 도달해 세포 DNA를 손상하고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A씨 유해물질 노출 기간이 암 발생 임계치를 넘어섰으며 작업장 유해물질 농도가 일반 환경보다 수십배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료기록 감정의 의견도 고려했다.
A씨가 약 20년간 하루 평균 담배 15개비를 피웠지만 이는 업무 관련성을 부정할 사유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업적 발암물질 노출과 흡연이 결합하면 세포의 DNA 복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암세포로의 변이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사망한 A씨 흡연력은 업무와 폐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