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와 공소청이 형이 확정된 뒤 도주한 사람을 추적할 때 통신 조회 사실을 알려야 하는 규정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거 전에 조회 사실이 전달되면 도주자가 추적을 눈치채고 잠적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형 집행 목적의 조회가 통지 유예 대상에 명시되지 않은 문제를 파악하고 공소청과 개정안 등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이나 통신기록 조회의 요건과 절차를 정해 개인의 통신 비밀을 보호하는 법이다.
공소청 검사는 해당 법에 따라 형 집행에 필요한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통화 시각과 상대방 전화번호, 휴대폰이 연결된 기지국의 위치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자료는 실형이 확정됐지만 도주하거나 숨어 형을 집행하지 못한 '자유형 미집행자'를 찾는 데 활용된다. 실제로 형을 집행하려면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 붙잡아야 해서다.
문제는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달 2일 시행된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1항 제4호는 형 집행을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받으면 그날부터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했다. 도주자를 검거했는지와 관계없이 기한은 자료를 받은 날부터 계산된다.
같은 조 제2항의 통지 유예 규정은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기소중지·수사중지 등의 결정이 내려진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통지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형 집행 목적의 조회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에선 추적이 길어지면 도주자를 붙잡기 전에 조회 사실부터 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주자가 추적을 눈치채 전화번호나 은신처를 바꾸면 그동안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검거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법무부는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특정 방식으로 개정 방향을 정하지는 않았다. 통지 시점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통지를 하지 않는 것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부와 공소청은 이번 사안 외에도 형사소송법 개편에 따라 여러 법률을 일괄 개정하는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미비한 규정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를 취합해 후속 입법으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