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면 못 뽑힐 줄 알았는데…" ARI 유격수 엄준상, 태극마크 넘어 '캡틴'까지 달았다 "좋은 시너지 내서 돌아올 때 환영받겠다" [인터뷰]

"미국 가면 못 뽑힐 줄 알았는데…" ARI 유격수 엄준상, 태극마크 넘어 '캡틴'까지 달았다 "좋은 시너지 내서 돌아올 때 환영받겠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6.08.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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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며 미국 진출을 확정한 엄준상이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U-18 대표팀 주장으로 발탁됐다. 엄준상은 미국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최정예 전력을 구성하려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정에 따라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유격수와 마무리 투수를 겸하며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 귀국할 때 환영받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덕수고 엄준상이 22일 경북 포항생활체육구장에서 열린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마산용마고에 승리한 뒤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덕수고 엄준상이 22일 경북 포항생활체육구장에서 열린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마산용마고에 승리한 뒤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확정한 엄준상(18·덕수고)이 다시 태극마크를 단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엄준상은 오는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발탁됐다. 13년 만에 대표팀을 이끄는 정윤진(55) 덕수고 감독은 엄준상에게 주장까지 맡겼다.

엄준상은 올해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유망주다. 최고 시속 153㎞를 던지는 투수이자, 프로에서도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투·타 겸업 선수다. 당초 하현승(18·부산고), 김지우(18·서울고)와 2027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다툴 빅3로 꼽혔지만 지난 6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150만 달러(약 21억 원)에 계약하며 미국 직행을 택했다. 1999년 김병현의 225만 달러, 2001년 류제국의 160만 달러에 이은 한국인 아마추어 역대 3위 규모다.

오히려 그런 만큼 대표팀 발탁을 확신하지 못했다. 엄준상은 최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사실 대표팀에 뽑힐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뽑혔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뽑히면 열심히 하고 안 뽑히면 미국에 갈 준비를 잘하자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미국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최정예 전력을 구성했다. 엄준상뿐 아니라 MLB 구단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뿌리치고 KBO행을 택한 하현승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 관계자는 "미국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의 전력을 꾸리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울산 웨일즈와 평가전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울산 웨일즈와 평가전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엄준상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미국에 가면 태극마크를 언제 또 달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한 번 더 국가대표가 된다는 게 엄청난 영광이었다.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국가대표도 아니다. 지난해 2학년 신분으로 U-18 대표팀에 발탁돼 하현승과 함께 막내로 국제무대를 경험했다. 당시에는 형들을 따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면 올해는 친구들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이다.

1년 전 아쉬움도 책임감을 키웠다. 지난해 대표팀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엄준상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3·4위전에서 나온 실수가 마음에 남았다. 지난해 함께했던 선배들은 올해 다시 태극마크를 단 엄준상에게 "이번에는 메달을 따고 와"라고 응원했다.

엄준상은 "지난해에는 못 치니까 급해졌다. 올해는 그런 게 조금 덜할 것 같다"라며 "올 시즌 초반에도 못 치다가 다시 잘 맞기 시작한 경험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안 맞는다고 급해지기보다 '나도 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유격수뿐 아니라 마무리 투수로서 힘을 보탠다. 정윤진 감독은 마운드 사정에 따라 엄준상의 투·타 겸업 능력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투·타 겸업이자 강력한 직구 구위를 가진 김지우가 부상으로 대표팀을 고사하면서 대표팀 투수가 6명밖에 남지 않게 됐기 때문. 엄준상도 "캐치볼을 계속했고 피칭도 했다. 많이 던지지는 않을 것 같고, 많으면 1~2이닝 정도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엄준상이 애리조나 입단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엄준상이 애리조나 입단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그러나 엄준상이 생각하는 주장의 책임은 자신의 성적이나 경기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올해 고교야구에서는 미국 직행을 선택하는 유망주가 다시 늘고 있다. 최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행을 결정한 서울컨벤션고 유격수 남현우(18)도 진로를 고민하면서 먼저 미국행을 결정한 엄준상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 진출을 고민하는 또래 선수들의 연락도 이어진다.

엄준상은 "그 선수의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미국에 가라', '좋다, 안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에 갔을 때와 한국에 있을 때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도 미국에 다녀오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을 느꼈고,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도 봤다. 최대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미국행이 다른 유망주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이번 태극마크가 더욱 중요하다. 엄준상은 "내가 미국에 가는 걸 보고 후배들이 미국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한다"면서 "내가 빛나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내서 '미국에 간 선수도 국가대표에서 함께하면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구나'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대표팀 막내에서 올해는 주장으로, KBO 전체 1순위 후보에서 애리조나가 150만 달러를 투자한 유망주로 엄준상의 위치는 1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세운 마지막 목표는 단순했다.

엄준상은 "모두가 웃으면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귀국했을 때 환영받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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