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AI가 더 잘해도 사람에게 맡긴다…빌 게이츠 '인간 전용 직업' 제안
돌봄·교육·의료 등 일부 일자리 보호…AI·로봇에는 별도 세금 구상
자동화 속도 늦추고 사회안전망 재원 확보…일자리 정책 새 화두로

AI의 진단이 의사보다 정확해진다고 해도 말기 암 진단을 AI에게 듣고 싶을까. 아이를 돌보는 일, 재판에서 사람의 죄를 판단하는 일까지 로봇에게 맡겨도 될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는 AI가 사람보다 일을 잘해도 일부 직업은 사람 몫으로 남겨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공개한 약 6000단어 분량의 글에서 '휴먼 리저브드(Human Reserved·인간 전용)'라는 이름을 붙였다.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자연보호구역처럼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 가치가 큰 일은 사람에게 남겨두자는 구상이다.
그가 떠올린 사례는 아버지를 돌봤던 간병인들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때였다. 간병인들은 표정과 행동을 살펴 필요한 것을 알아챘다. 게이츠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것"이 있다고 했다. AI가 치료법을 추천할 수는 있어도 환자에게 불치병을 알리는 일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의료·교육 현장에서 AI를 금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의사와 교사가 AI를 도구로 쓰되 최종 책임과 사람을 대하는 역할은 인간에게 남기는 방식이다. 보육이나 배심원 업무처럼 아예 사람에게만 맡길 직업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직종은 영구적으로 보호하고, 자동화 충격이 큰 직종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AI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AI가 사무직뿐 아니라 로봇과 결합해 건설·제조·서비스업까지 파고들면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AI 시대, 전체 일자리의 최대 40%가량을 사람 몫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게 게이츠의 판단이다. 다만 어떤 직업을 누가 정할지, 해외 기업이 자동화했을 때 자국 기업만 제한할 수 있을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인정했다.
게이츠가 함께 꺼낸 카드는 'AI세'다. AI가 사용하는 토큰이나 로봇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면 임금에 각종 고용 관련 세금이 붙는다. 반면 로봇이나 AI 시스템을 구매하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된다. 게이츠는 이같은 세제가 기업에 사람을 기계로 바꾸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 AI세를 도입하면 사람을 해고하고 AI로 바꾸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여기서 걷은 돈을 재교육이나 사회안전망에 쓰자는 취지다.
AI 일자리 불안은 이미 커지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 22~28일 성인 34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는 향후 20년간 AI가 미국의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봤다. 2024년 64%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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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의 질문은 AI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계가 더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해야 한다'고 사회가 결정한 일은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