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알뜰폰 2.0(下)

정부가 알뜰폰(MVNO)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알뜰폰 2.0' 정책을 내놨다. 가격경쟁력과 서비스 다양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유인책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정책 시행 한달여 지난 현재,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31일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다양성, 이용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5G 도매대가 인하와 데이터 QoS(안심옵션) 도매 제공, 중소 사업자 전파사용료 감면 확대, 부분·풀 MVNO 육성 등이 골자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LTE(롱텀에볼루션)의 도매대가 인하 방안이 빠져 당장 알뜰폰 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이 불투명한데다 과거부터 추진해온 풀 MVNO 육성 정책이 포함돼서다.
이번 대책에는 LTE RS(종량형) 도매대가 인하 방안이 빠지고 대신 5G 도매대가 인하가 주요 대책으로 담겼다. 올해 6월 기준 알뜰폰 휴대폰 회선 1049만2524개 가운데 LTE가 92.2%(967만7551개), 5G가 6.5%(68만210개)다. 알뜰폰 업계의 정책 체감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LTE 가입자가 대다수이고 LTE RS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정산하는 사업자도 많다"며 "가장 중요한 LTE 도매대가 대책이 빠진 상황에서 5G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만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분·풀 MVNO 육성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자체 설비를 갖춘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풀 MVNO는 그동안 여러 차례 추진됐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당한 초기 투자비와 가입자 기반이 필요한 만큼 실제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새롭게 포함된 QoS 도매 제공도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알뜰폰에 제공되는 최저 속도가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와 같은 400Kbps 수준이 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 정도면 메신저 등 간단한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지만 사진이나 영상 이용에는 제약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400Kbps라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정도"라고 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매대가 인하를 통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알뜰폰의 질적 성장을 이끌기 어렵다"며 "통신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통폐합 등을 통해서라도 사업자 규모를 키우고 자체 설비를 갖춘 풀 MVNO나 B2B(기업간거래)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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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알뜰폰(MVNO) 시장은 전체 규모 측면에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질적인 성장이 시장 규모를 따라잡고 있는지엔 의문부호가 따른다.
'알뜰폰=값싼 요금제'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출혈 방식의 요금 경쟁만 해 온 결과 시장의 내실은 채우지 못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멀티미디어와 AI(인공지능) 등 고데이터 중심의 소비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가격 경쟁과 더불어 특화 상품 중심의 경쟁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통신시장 경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말 알뜰폰 시장의 소매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9%P(포인트) 커진 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가입자 기준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1.1%P 확대된 20%였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매출 비중이 절반이 채 안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알뜰폰의 경우 휴대폰 5G(5세대) 회선 대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낮은 IoT(사물지능통신), 4G 회선 비중이 높아 소매매출액 점유율이 총 가입점유율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영업 성적표에서도 알뜰폰 시장의 질적성장이 더디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4년 업계 전체의 영업손실은 2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알뜰폰 2.0 정책을 발표하며 "절반 이상인 35개사가 가입자 10만명 이하 소규모이고, 가입자 1만명 이하 사업자가 12개사"라며 "27개 사업자가 영업적자"라고 밝혔다. 0원 요금제 같은 저가요금제와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에만 몰두한 결과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알뜰폰 시장의 출혈 경쟁 구도를 깨기 위해선 특화 요금제 중심으로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알뜰폰 정책은 전파 도매가 인하로 저렴한 요금제 인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특화 요금제를 내는 사업자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정책지원을 고민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초기 알뜰폰 시장이 저렴한 요금제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가입자를 대거 확보했던 것처럼 △멀티미디어 콘텐츠 △OTT(온라인서비스) △시니어 요금제 △외국인·여행객 맞춤형 상품 등 소규모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이끌어 내 차별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조언이다.
또 통신 자회사와 금융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규제 검토를 통해 시장에 '순수' 중소 사업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도매대가 인하나 사용료 감면 같은 정책적 지원에 의존하는 부실업체 지원을 재검토해 업계의 자생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이통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휴대전화는 통화와 메시지 전송을 넘어서 멀티미디어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도구로 발전했다"며 "통신망을 단순히 빌려 재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고객층과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