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만난 뒤 결심"…'오픈AI 도청' 사우디 직원, 왕실 연계 정황

"빈살만 만난 뒤 결심"…'오픈AI 도청' 사우디 직원, 왕실 연계 정황

정혜인 기자
2026.10.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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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검찰, 왕실·군부 연계 주장하며 구금 유지 청구
"지난해부터 모바일 메신저로 왕실과 수시 연락"
"사우디 국가 AI 프로젝트 영입 시도 정황도 포착"

9일(현지시간) 오픈AI 임원 회의실 내 도청 장치 설치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압두라흐만 알포잔 전 오픈AI 엔지니어 /사진=링크드인
9일(현지시간) 오픈AI 임원 회의실 내 도청 장치 설치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압두라흐만 알포잔 전 오픈AI 엔지니어 /사진=링크드인

미국 AI(인공지능) 업체 오픈AI의 임원 회의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구금된 오픈AI 직원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실 및 군부와 연계된 정황이 포착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검찰은 전날 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사우디 국적의 전 오픈AI 엔지니어 압두라흐만 알포잔이 사우디 왕실과 군부에 지원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그에 대한 구금 유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 검찰은 구금 유지 신청서에서 "피고인은 오픈AI의 고위 직원과 임원, 주요 사업 파트너,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매우 민감한 회의를 도청하고자 맞춤형 암호화 녹음 장치를 제작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와 함께 사우디 주요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사우디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현지 방문 계획도 세웠다"고 주장했다.

또 "알포잔 체포 이후 사우디 군 관계자가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사우디로 돌아가는 편도 항공권 비용을 지불했다"며 사우디 정부가 알포잔 가족의 미국 탈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알포잔의 가족은 지난 12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알포잔이 체포되자 그의 아내와 아들은 체포 다음 날인 10일 카타르행 편도 비즈니스 항공편으로 출국했다.

알포잔의 아내는 출국 전 FBI 조사에서 미국 비자가 만료돼 사우디로 영구 귀국한다며 알포잔도 사우디로 돌아와 함께 살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알포잔은 오픈AI 핵심 사무실에 직접 개조한 도청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AI를 이용해 녹음기 제작법과 녹음파일 암호화 방법, 회의실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하고, 정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회의실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해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알포잔은 즉시 해고됐고 지난 9일 FBI에 체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AP=뉴시스

"10년 전 빈살만과 만남 계기로 기술 유출 결심"

알포잔은 지난해부터 사우디 왕실 관계자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왕실 관계자가 알포잔을 자국에서 추진 중인 AI 프로젝트에 영입하려는 시도도 포함됐다. 왕실 관계자는 알포잔에게 "미국보다 사우디가 당신을 더 필요로 한다"고 말했고, 알포잔은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포잔은 지난달 아랍어로 진행된 팟캐스트 '아이덴티티 캐피털' 인터뷰에서 사우디를 연간 3~4차례 방문해 현지 동향을 살피며 사우디 스타트업에 자문하거나 멘토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사우디 청년 기술 인재들과 함께한 행사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일이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당시 만남을 계기로 미국 기술 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사우디로 돌아가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미 검찰의 주장 등에 따라 알포잔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알포잔의 변호인 윌리엄 퍼닉은 앞서 알포잔의 여권 제출과 위치 추적 등을 조건으로 그의 석방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알포잔이 지난 15년간 미국에서 생활했고,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다"며 "사우디 방문 계획은 가족 및 이민 관련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주재 사우디 영사관은 알포잔의 석방을 위해 '백지수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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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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