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평화 시위가 명품관 터는 폭동으로"…佛, 배후에 '이들' 지목

"학생 평화 시위가 명품관 터는 폭동으로"…佛, 배후에 '이들' 지목

백소희 기자
2026.10.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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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키워드] 블랙블록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린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뉴스1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린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뉴스1

프랑스 교육 시스템과 고물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대규모 약탈·폭동으로 번진 데는 극좌 운동 세력 '블랙블록'이 배후에 있었다는 프랑스 정부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검은 옷과 마스크 차림의 극좌 선동 세력인 이른바 '블랙블록'이 평화 시위를 대규모 폭동과 약탈로 변질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위는 교육 시스템을 규탄하는 학생들이 주축이었고 높은 생활비에 지친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17일 시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약 50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사태는 같은날 오전 파리에서 평화 행진이 시작되기 전에 발생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일부 시민들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에 돌을 던지며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 차림의 시위대 일부는 보도블록을 뽑아 투척물로 쓰고, 일부는 폭죽과 화염병을 가져오는 등 역할을 나눈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시위대를 좁은 구역으로 몰아넣고 최루탄을 쐈다. 블랙블록 대부분은 방독면이나 고글을 착용했고, 경찰과의 충돌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18. /사진=민경찬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18. /사진=민경찬

블랙블록은 무정부주의, 반자본주의, 반파시즘 운동을 이념으로 삼고 위계적 조직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나 암호화 메신저로 소통한다. 조직적 지도부나 집단 구조가 없는 특징 탓에 당국이 대응하기 어렵다. 소식통은 폭력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극좌 세력을 약 5000명으로 추산했다.

안보·국방 전문가인 기욤 파르드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마치 지휘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오케스트라 같다"며 "수평적인 방식으로 매우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까르푸 피해 규모 2억유로

프랑스 정부는 파리 외곽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기회주의적 약탈자'들이 도심으로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규모로 무리 지어 카페와 명품관, 휴대전화 매장 등을 약탈했다. 경찰 대응이 미흡하면서 약탈은 17일 밤까지 이어졌다. 특히 프랑스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리모주 시청이 전소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프랑스 대테러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린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한 사람이 샹젤리제 거리의 라코스트 매장의 손상된 유리를 바라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린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한 사람이 샹젤리제 거리의 라코스트 매장의 손상된 유리를 바라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7일 방화 혐의로 극좌 세력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34세 남성은 극좌 세력과의 연관성 때문에 보안 감시 대상 명단에 올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욤 게랭 리모주 시장은 프랑스 매체 르몽드에 "극좌 활동가들이 공격 계획을 조직했다"며 "폭죽과 박격포, 공성 망치를 가져왔고 검은 깃발과 아나키스트 깃발, 팔레스타인 깃발도 들고 왔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 까르푸도 이번 폭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약 50개 매장이 피해를 봤고, 전국 6000여 개 매장 중 상당수가 폭동을 예상해 18~19일 문을 닫았다. 자체 보호 조치로 비용도 늘고 있다. 마티외 말리주 까르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사태가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이 8000만~2억유로(약 1190억~2980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극좌 세력이 약탈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안 전문가는 FT에 "극좌파, 급진 좌파, 소외된 지역 출신 젊은이들 간의 연합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도 "극좌 세력이 약탈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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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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