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공원에서 주로 볼 수 있던 유료 대기 줄 우선권인 '패스트패스'가 일본 일부 병원에 도입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대기 시간 단축이라는 편의와 의료 형평성 침해 우려가 맞선다.
29일 일본 요미우리TV 등에 따르면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일부 병·의원이 추가 요금을 받고 대기 순서를 앞당겨 주는 패스트패스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패스트패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대기 순서를 앞당기는 서비스다. 놀이공원 등에서 시간을 절약하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활용돼 왔다. 일본 놀이공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의 익스프레스 패스와 한국 롯데월드의 매직패스가 대표적이다.
도쿄 신주쿠구 한 정형외과는 지난해 11월부터 4400엔(약 3만7000원)을 내면 접수부터 진료, 수납까지 우선 안내받을 수 있는 패스트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패스트패스 이용자보다 먼저 진료하며 10분 이상 기다릴 경우 이용료를 환불한다.
일반 환자는 대기 인원이 많을 경우 접수부터 수납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리지만, 패스트패스를 이용하면 15~20분 만에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예약은 30분당 1명씩 가능하며 월평균 이용자는 5~10명이다. 병원 측은 "이용자가 많지 않아 일반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도시마구 한 진료소도 500엔(약 4200원)을 받는 패스트패스를 도입했다. 야마시타 이와오 원장은 "환자가 병원 대기 시간 때문에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 병원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다. 시티즌시계가 실시한 조사에서 병원에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한계로 '1시간'을 꼽은 응답자는 90%에 달했다.
그럼에도 패스트패스 도입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요미우리TV가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병원 패스트패스 도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1.7%로, 찬성한다는 응답(28.3%)을 크게 웃돌았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진료 순서는 돈이 아닌 질병의 긴급성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병원만큼은 경제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돈을 낸 사람이 먼저 진료받으면 일반 환자의 대기 시간은 더 늘어난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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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경제력에 따라 진료 기회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추가 비용을 내는 환자가 우선권을 얻는 구조가 의료 서비스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패스트패스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의 진료 순서를 뒤로 미루는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먼저 이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