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미국 중간선거 승리로 의회 주도권을 되찾은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핵심 측근들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은 물론 일가의 사업 거래와 이해상충 의혹까지 의회 조사 대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 자회사처럼 기능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트럼프 카르텔'의 부패 구조를 뿌리뽑기 위해 강력한 의회 조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트럼프 행정부를 '범죄 조직'에 비유하며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넘어 트럼프 일가와 측근 네트워크 전체를 의회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미 상·하원에서는 각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다수당이 차지하고 위원회 운영과 조사 의제 설정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한다. 조사 인력과 예산을 확충할 수 있는 권한도 다수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으로 출범하는 내년 1월 새 의회에서 하원 사법위, 감독위, 상원 금융위 등 핵심 상임위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관련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중간선거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은 우리가 정부의 부패를 척결하길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에서 내부자 거래를 하는 동안 미국인들이 슈퍼마켓에서 뭘 사고 뭘 포기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거래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던 지난 3일 밤 성명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밝힌 데 이어 전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선 "이 같은 경고는 주로 백악관에서 부패 행위를 저지르고 사익을 챙긴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트럼프 일가 범죄가 최우선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가르시아 의원은 구체적으로 트럼프 일가의 사업 거래, 법무부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사건 처리 경위, 이민세관단속국(ICE) 활동,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 간 특혜와 부당이득, 보건복지부의 백신 정책을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의 조사 대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 일가의 사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 집행과 규제·감독 과정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376명 읽는 중
하원 천연자원위 민주당 간사인 재러드 허프먼 의원은 백악관 연회장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설 사업과 광물 거래에서 트럼프 일가가 개입된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에서는 국토안보위 산하 상설조사소위원장으로 예상되는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이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특사의 이해상충 의혹, 정부효율부(DOGE)의 활동 등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상원 재무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론 와이든 의원은 엡스틴의 금융거래에 연루된 은행들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는 제약회사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조사 예고를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하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 청문회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핵심 측근들이 증인으로 줄소환될 경우 백악관의 국정 동력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트럼프 일가가 법을 위반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은 없다며 소환장을 받은 관련자들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