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新제조업' 뜬다-(4)]IT강국의 신수종 사업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그리드'는 아직은 생소한 단어지만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스마트그리드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면 세계 최강이 될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스마트그리드는 사전적인 의미는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개념 파악도 쉽지 않고,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용어이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가 향후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新 제조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큰 규모의 내수 창출은 물론, 관련 기술을 선도하기만 하면 막대한 규모의 수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단순히 '전력망+IT'의 개념을 넘어선다. 산업적으로는 물론 인간의 삶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전력산업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간 쌍방향 교류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전력 공급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외면 받았던 신재생에너지들을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는 게 용이해지므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는 모든 산업의 핵심요소인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면서 자체적인 시장 창출은 물론, 각 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예컨대 전기차 등에 필요한 급속 충전과 전기요금 문제도 지능형 전력망으로 해결이 가능해 시장 확대를 끌어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구촌 최대의 관심사이자 선결과제인 환경문제 해결에도 스마트그리드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전력의 IT화를 통한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이끌어 산업의 저탄소화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은 지금?
이러다 보니 선진국들은 앞다퉈 국가차원의 스마트그리드 비전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전력망 노후로 에너지 효율이 낮기 때문에 이를 현대화하는 차원에서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망은 50년 이상 노후화된 상황으로 2006년 기준 송배전 손실률이 6.2%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낮다. 이에 2003년에 '그리드 2030 국가비전'을 발표해 전력망 현대화에 45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2008년부터 콜로라도주 볼더시를 시범도시로 지정해 스마트계량기 5만여개 및 전기차 600여대 보급 등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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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회원국들 간에 2009년 대비 2020년까지 신재생 20% 확대, 온실가스 20% 감축을 골자로 하는 '기후, 에너지 패키지 20-20-20'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2006년에 스마트그리드 비전과 전략 발표, 2007년에 스마트그리드 전략적 5대 연구 분야 선정, 2008년에 스마트그리드 전략적 6대 우선 구현분야 선정 등으로 스마트그리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또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각국별로 다양한 실증 및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경우 태양광 발전의 계통 연계를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9년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고, 민간기업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분야 표준화를 추진중 이다. 또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실증사업을 전국 10개 섬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그리드는?
우리나라 역시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를 위한 발을 내딛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국가 차원으로 총 2532억원 규모의 전력IT 기술 개발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충전기, 반도체 등 관련업계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계량기(스마트 미터)의 경우 수용가별 특성을 고려, 경제형 및 일반형으로 구분해 개발 중이며, 2010년부터 연130만대(경제형 100만, 일반형 30만)를 보급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완속 등 다양한 충전방식 개발 및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전력저장장치의 경우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계에 배터리를 공급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기술개발 성과의 실증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제주도를 실증단지로 지정하고 민간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했다. 실증단지에서는 IT, 에너지 등 170여개 민간기업의 참여를 바탕으로 2013년까지 2395억원을 투입해 실시간 전기요금, 전기차 충전, 신재생 등을 실증하게 된다.
지경부는 스마트그리드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총 27조5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따라 2030년까지 총 2억30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연평균 약 5만개의 일자리 창출, 74조원의 내수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에 따라 약 47조원의 에너지 수입 절감, 3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발전소 건설 회피 효과도 예상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따라 약 49조원의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했다.

◇스마트그리드, 수출 효자 되려면
전문가들은 한국이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및 부품소재 기술 강화, 국내시장 성공을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선, 중소기업의 참여 통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원천기술과 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약 3~5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즉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과제로 원천기술과 부품소재 분야의 발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천기술 및 부품소재 강화, 그리고 여타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참여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 관련 컨소시엄 구성 등에 중소기업 포함 필수 등의 정책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도 실시간 가격이 적용되지 못한다면 전력효율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가격 신호 확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은 원가연동방안, 심야전력 요금제도의 개선 등도 필요하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요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