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놀이하는 기업으로 낙인찍혀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투자로 지난 2년여 동안 경영난을 겪은 A사 사장은 키코 계약이 올 7월로 모두 만료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A사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멀티미디어반도체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지난 2년간 현금흐름이 약화되면서 차기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미미해 최근 시장지배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A사는 올 들어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스마트폰사업의 경우 자금난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멀티미디어반도체 개발을 제때 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해외 경쟁사들이 이익을 챙기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A사를 비롯해 키코에 가입한 기업 대부분은 이전까지 해외업체들이 주도한 부품·소재 및 장비분야에 진출, 수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외환 손실을 막아줄 상품이라는 은행 측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 바람에 2년여 동안 몸살을 앓았다.
문제는 은행과 체결한 키코 계약이 대부분 해지됐는데도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돈놀이하는 기업이거나 내부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상품이나 자금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키코 손실과 관련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키코 계약 만료 후 3년 동안 갚아야 하는 형편이어서 큰폭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기업은 그간 영예롭게 여긴 '수출의탑' 수상을 반납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키코를 판매한 은행에 솜방망이 제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2007년과 2008년에 집중적으로 판매된 키코 상품은 올해 대부분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그러나 한때 수출 일선에서 맹활약하다 키코에 일격을 맞은 기업들의 고통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