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라면 들고 방문..제조업 일자리 줄어..쪽방촌 재활 어려움 걱정

"제조업이 자꾸 죽는 게 문제지, 다 중국 가버리니까 (쪽방촌) 사람들 일거리가 없고…."
체감 온도 영하 16도를 오르 내리는 15일 칼바람을 뚫고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던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날 쪽방을 일일이 찾아 쌀, 참치캔, 라면 등이 담긴 박스를 직접 건넨 직후였다.
최 부회장은 '도시의 음지'라 지칭한 쪽방촌 방문 후 인근의 오래된 다방에 들러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는 "제조업이 커지면 그 사람들의 일거리가 생길 것"이라며 "예전에 달동네나 산동네에서는 단추를 맞추거나 스웨터를 꿰매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다 중국 등 해외로 갔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쪽방은 대도시 주변, 뭔가 일할거리가 있는 곳에 생긴다"며 "일자리도 체계가 있게 돌아가야 하는데 그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쪽방촌이 도시로 발전했던 멕시코를 예로 들었다. "멕시코에서는 제조업이 자꾸 커지니까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판자촌이 형성됐었죠. 몇 년이 흐르자 그 지역이 공장 지대가 되고 벽돌집이 세워지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최 부회장은 특히 일본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을 상기시키며 "제조업을 놓고 아웃소싱하게 되면 경쟁력이 없다, 제조업이 경쟁력의 원천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곧 일자리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핵심 일자리와 아닌 일자리 등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제조업이 없어지면서 그 체계가 무너져 소위 '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봉사활동의 진정성도 언급했다. 동대문쪽방센터의 김나나 소장이 "삼성이 연말에 이곳을 찾기 시작한 지 4년째인데, 이제 12월만 되면 주민들이 삼성 임직원들을 기다린다"고 반가워한데 대한 답변에서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쉽게 중단될 위험이 있어 처음부터 조심조심 하려 한다"며 "뭐 하나 하다 관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대기업의 자선활동에 대해 "옛날엔 왼 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란 말도 있었지만 외국에서는 봉사단체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예산의 15%를 쓰기도 한다"며 "이제는 기업의 선행활동을 홍보해 자극을 자꾸 주면서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이 (예상과 다르게) 분위기만 만들어 주면 더 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에서 올해 봉사기금 100억원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는데 70일 정도가 지난 후 두 배까지 늘었다"며 "그렇지만 펀드가 늘어나는 것보다 쓸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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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부회장 일행을 맞은 한 주민은 전기장판 밑에 미리 넣어든 '쌍화탕'을 건넸고, 또 다른 주민은 '담화'라는 책에 밑줄을 그어 놓은 '베풀지 않는 곳에는 재물에 쌓이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어주기도 했다.
한편 최 부회장과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 26명과 임직원들은 이날 서울지역 3400가구를 포함한 전국 6000여 쪽방 가구에 1억 50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