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교육과 취업..희망의 사다리를 놓자

[광화문]교육과 취업..희망의 사다리를 놓자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2.08.03 05:50

 삼성 사장들을 만나보고 의외라고 느낀 점 중 하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지방대' 출신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아닌 사장이 40% 가량이다. 서울 지역의 대학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방출신이 많다는 것도 지금의 교육환경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현재 삼성 사장단의 면면을 보면 서울 강남 대치동의 8학군이 아니면 힘들 것 같은 분위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들 사장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상당히 '젊다'는 점이다. 육체적 나이가 아니라 마인드와 삶에 임하는 자세에서 젊은이들보다도 더한 진취성과 도전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국내 최고 기업이자 글로벌 톱 티어인 삼성에서 직장인 최고의 자리인 사장의 위치에 오르기 위한 조건이 학벌이나 지역적 연고 등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진취성과 열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진취성과 도전정신, 열정만으로 안될 때도 있다. 당장 오늘 먹을거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힘겨운 삶도 있고,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할머니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소년소녀 가장들도 있다.

 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미래에 좋은 일이 있을 테니 현실은 잠시 잊어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도 여건이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 과목 과외에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들이는 친구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따뜻한 곳이다"라고 말해봐야 이런 말보다는 한 끼 식사나 공부방 선생님의 한 시간의 지도가 더 절실하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에세이집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는 '인종', '성별', '출생지' 등을 예로 들었다. 어려운 가정환경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학력차별, 남여차별,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채용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 시점에 삼성이 '희망의 사다리' 놓기에 나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희망의 사다리'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균등한 교육의 기회조차 갖기 힘든 청소년들과 고졸, 대졸 취업준비생들에게 사다리를 놓듯이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취업까지 단계별로 이어지는 연속적 지원을 말한다.

 어려운 가정의 자녀로 태어난다는 것이 굴레가 되는 사회를 없애자는 취지다.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청년에서 장년, 노년까지의 삶이 결정지어지지 않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빈부의 격차 해소나 사회갈등의 해소 등을 말하지 않더라도 학교, 사회의 첫발을 딛는 출발선에서 같이 출발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채용에서도 삼성이 대졸 공채 인원 5%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대학생 중심으로 뽑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스로 나태해서가 아니라 삶의 무게에 눌려 희망의 사다리 위로 올라설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디딤돌이 되겠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잘못은 여러분이 아닌 사회에 있으니 이 사회를 향해 분노하라'는 대안 없는 정치적 구호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고 디딤돌이 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작은 희망의 사다리를 더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이런 기업의 활동에 대해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힘들어 할 때 어깨를 두드리며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우리 사회가 화합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