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름 '세월호 세대'와 희망이라는 이름

슬픈 이름 '세월호 세대'와 희망이라는 이름

양영권 기자
2014.06.02 06:30

[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어느 의사의 얘기다. IMF 직후 대학을 졸업한, 그러니까 지금 40대 초반이거나, 막 40살이 된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보통 "고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이들은 먼저 "돈이 얼마나 들겠느냐"라고 반응한다고 한다.

사회에 나가기 직전 단군 이래 최악의 취업난에 직면하고, 금전적으로 큰 고통을 받아야 했기에 다른 세대보다 돈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고 의사는 해석했다. 우리는 이들을 'IMF 세대'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봐야 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또래 아이들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안내방송을 따르다가 차가운 물속에서 숨져야 했던 것을 봤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어른의 말은 '토 달지 않고 따라야 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도, 제도도, 사회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았다. 사회 공동체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세월호 세대'라고 부를 것이다.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사진작가 케빈 카터는 수단의 굶주린 소녀와 그를 지켜보고 있는 독수리를 카메라에 담은 '독수리와 소녀'라는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왜 소녀를 구하지 않았냐는 비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TV를 통해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지켜본 우리는 졸지에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사진작가가 돼 버렸거나,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사람이 돼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세월호 세대'가 돼 있다.

세월호를 잊으면 안되겠지만, IMF를 이겨냈듯이 세월호도 이겨내야 한다. 답은 언제나 국민이었다. 우리가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기업을 해외에 잘 팔아서도, 국제 기금의 지원이 많아서도 아니다. 오로지 그 공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장롱에 있던 돌 반지와 결혼 예물을 내놨다. 수십만 명이 실직하고 그보다 많은 이들이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됐다면 다른 나라는 매일이 폭동의 연속이었겠지만, 우리 국민은 묵묵히 자기의 일을 찾았다.

세월호 이후 '희망'을 얘기하는 게 잔인할지 모르지만, 세월호에서도 '희망'은 분명히 있었다. 이번 역시 '국민'이다. 생업을 포기하고 한 달 넘게 피해자 가족들과 고통을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과 안산의 택시기사들.

사고가 나자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현장으로 해상크레인을 몰고 간 기업들. 그리고 '기레기'라는 비판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가며 피해 가족들의 애절한 심정을 담고, 현장의 문제와 진실을 찾아 전달하려는데 노력했던 젊은 기자들.(그들이 시니어 기자가 되면, 분명 우리 언론은 과거의 언론과 다를 것이다.)

사회의 관심은 온통 유병언 부자를 잡는 것에 집중돼 있지만, 그들을 단죄하는 것이 세월호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개인에 대한 도덕적 단죄를 열렬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집단이나 사회 전체를 위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일이 많다"고 했다.

분명 특정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희생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반성과 함께, 다시한번 국민의 저력을 끌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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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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