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펀드 '지분 알박기'에 日 캐논·美 듀폰도 당했다

엘리엇 펀드 '지분 알박기'에 日 캐논·美 듀폰도 당했다

임동욱 기자
2015.06.11 06:30

소수 필요 지분 재빨리 확보해 '알박기'..해외 대기업 줄줄이 당해

삼성물산과제일모직(283,500원 ▼9,500 -3.24%)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약점'만 노려 전략적 지분을 확보한 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전체 주식의 90% 이상 확보해야 성사되는 딜의 경우, 조용히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매수자를 압박하는 '알박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를 표방하는 엘리엇은 M&A가 진행 중이던 일부 기업의 상당 지분을 확보한 뒤 합병을 반대하며 '노이즈'를 일으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허를 찔린 인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인수 가격을 높일 수밖에 만드는 방식이다.

◇日 캐논, 엘리엇 '알박기'에 골치

일본 캐논은 올해 2월 스웨덴의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Axis AB 인수 절차에 착수했다. 급성장하는 감시카메라 시장에서의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지분 100% 인수를 원하는 캐논은 Axis와 전체 지분의 90%를 매수할 경우 나머지 잔여 지분도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다시 말해 지분 9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딜을 깰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캐논은 Axis 1주당 340크라운을 제시했다. 이는 인수발표 직전 종가에 약 50%의 프리미엄을 붙인 금액이다. 총 236억 크라운(27억 5000만 달러, 약 3조원) 규모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스웨덴 금융감독당국 보고서에 7.5% 보유 사실이 공개됐고, 이로부터 후 3일 뒤인 3월 30일에 엘리엇은 10.01%까지 지분을 급격히 늘렸다. 최종적으로는 4월7일 10.91%까지 Axis 지분을 늘리면서 캐논의 Axis 인수는 ‘급제동’이 걸렸다.

엘리엇 측이 보유 지분을 쥐고 있을 경우 이번 딜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캐논은 인수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은 엘리엇 보유 지분을 제외한 지분을 사들인 후, 엘리엇과의 별도 협상을 통해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잔여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스웨덴 M&A 관련법에 의해 인수가격 변동이 있을 경우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디지털 카메라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캐논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캐논이 6개월을 기다릴 수 없다면 엘리엇이 제안하는 가격에 맞춰 기존 주주들에게 당초 제시했던 주당 340크라운 이상의 인수가격을 쳐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美 듀폰도 5% 더 높은 가격에 지분 인수 골탕

2011년 1월 미국 화학기업 듀폰은 덴마크의 효소, 특수식품원재료 제조업체인 대니스코 인수에 나섰다. 대니스코 지분 전량 인수를 목표로 듀폰은 주당 665 크로네를 제시했다.

이에 엘리엇은 강력한 성장전망에도 불구하고 듀폰이 낮은 가격을 써냈다며 반발했고, 5% 수준이던 대니스코의 지분율을 10.02%까지 끌어올렸다. 듀폰이 대니스코를 완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체 지분의 90% 이상이 필요했다는 점을 노린 것.

결국 듀폰은 최초 제시한 조건보다 5% 높은 주당 700 크로네로 인수 금액을 높이고 5개월에 걸친 인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엘리엇, 작년에도 미 멕케슨으로 '재미'

지난해 미국 의약품 유통업체 멕케슨도 엘리엇의 기습에 당한 케이스다. 당시 멕케슨은 독일 제약업체 셀레시오 인수에 나서며 주당 23유로를 제시했으나, '가격이 너무 낮다'는 엘리엇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셀레시오의 의결권 지분 25% 이상과 전환 시 지분 8%에 달하는 전환사채(CB) 등 관련 지분을 빠른 속도로 늘린 엘리엇은 멕케슨 측에 인수가격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결국 멕케슨은 주당 23.5 유로를 지불했다. 1주당 0.5유로 올리는데 그쳤지만, 엘리엇은 보유한 CB에 대한 프리미엄 등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이밖에도 엘리엇은 지난해 7월 미국 IT 업체 EMC 지분 2%에 해당하는 1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취득한 후 EMC 경영진에 가상화 및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인 VM웨어를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2013년 5월엔 미국 석유업체 HESS 지분 4.5%를 확보한 뒤 강력한 경영 간섭에 나섰다. 엘리엇은 HESS의 경영진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셰일가스 붐을 기회로 세계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