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KCC 원군 만났다

삼성,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KCC 원군 만났다

박종진 기자, 신아름 기자
2015.06.11 06:30

(종합)삼성물산 자사주 5.76% KCC에 넘겨…확실한 우호지분 19.62% 구축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

KCC가 또 한번 삼성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급습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암초를 만나자,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KCC가 인수해 삼성의 백기사(우호적 지분투자자)로 나선 것.

삼성물산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가 보유 중인 보통주 자기주식 전량을 KCC에 처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처분 대상은 보통주 자기주식 899만주(지분율 5.76%)로 처분가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6743억원이다.

삼성은 피 말리는 표 대결에 앞서 탄탄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KCC를 동반자로 선택해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이로써 삼성 측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관계사 지분 13.83%에 KCC의 기존 보유분과 이번 인수분을 합친 5.96%를 합해 19.79%의 확실한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우호적 투자자에게 매각을 해야 표결에서 의결권이 살아난다. 주주명부폐쇄일인 11일 당일 결제할 경우 의결권은 유효하다.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2/3 이상, 전체 의결권의 1/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삼성물산은 “처분 상대방은 KCC로, 이번 합병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삼성물산 주식 취득을 통해 삼성물산과 전략적 제휴 관계 형성을 도모할 목적으로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병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C 관계자는 “삼성물산 지분참여를 통해 다음달 합병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두 회사간 시너지 제고, 전략적 제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7.12%까지 사들이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자 KCC가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KCC는 2011년 12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때 당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 17%를 주당 182만원씩 총 7739억원에 사들이며 삼성과 4년째 우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KCC는 현재 제일모직 주식 10.1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그만큼 KCC는 삼성이 믿을 수 있는 투자자란 의미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믿고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는 투자자는 KCC가 사실상 유일했다”고 밝혔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 간에 깊은 신뢰관계도 이 같은 거래를 성사시킨 밑거름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제일모직의 대주주로서 사업적 교류뿐만 아니라 인간적 친분관계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KCC 역시 사업적인 면에서 미래 가치 상승을 통한 긍정적 전망을 보고 이번 거래에 나섰다. KCC는 지난해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공모가(5만3000원)에 750만주를 매각하며 1241억원의 차익을 거두는 등 지분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금도 제일모직 주식 1375만주를 보유해 이날 종가 기준 지분가치가 2조4543억원에 달한다. 취득원가가 5009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차익이 무려 2조원에 가깝다.

재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쌓아온 신뢰관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KCC가 합병 삼성물산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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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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