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美 컨퍼런스 참석, 글로벌 경제 거물과 교류
삼성물산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지난 3일 공개한 제일모직 합병 반대 보고서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ISS보고서 동의 힘들다" =삼성물산은 5일 ISS보고서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ISS의 의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주주들의 합병에 대한 지지를 모아 합병이 원할 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ISS는 합병이 무산되면 22.6%의 주가하락을 예상하면서도 미래 불특정 시점에 주가가 오를 테니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며 "여기에는 어떤 객관적·합리적인 설명도 없고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은 "보고서에 '합병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삼성물산 주가는 14.8%, 제일모직 주가는 15% 급증했다'고 하는 등 스스로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특히 ISS가 제시한 합병 비율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은 "ISS는 1대 0.95의 합병 비율을 제시했는데 이는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11만원이라는 목표 주가를 근거로 했다"며 "제일모직 상장 이후 합병이사회 전일까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하더라도 1대 0.35~1대 0.44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ISS는 1대 0.35라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에 대해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인정했다"며 "그럼에도 순자산가치를 기준을 볼 때는 불공정하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SS권고 "영향 크지만 결정적 아냐"=ISS의 합병 반대 권고는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 측에는 일단 불리한 요소다. 그러나 ISS의 반대 의견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입김'을 행사하지 못했던 사례도 많다. 'ISS=정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8월1일 자동차업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합병 건을 위한 주총에서 ISS는 "이번 합병은 주주 권리를 약화시키며 엑소르 그룹(피아트 창업가문의 지배회사)의 경영권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총 결과 참석자의 약 80%가 합병에 찬성하며 합병이 승인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20일 열린 CJ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에 대해 ISS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주총 결과 손경식 회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CJ 주총 이틀 뒤에 각각 열린 SK C&C와 효성의 주총에서도 ISS의 공식적인 반대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이사로 각각 재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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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에 많이 쏠렸다"며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는 수단도 다양해졌고 기업들이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추세여서 주총 결과는 반대로 나오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JY, 글로벌 네트워크로 위기 타개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8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경제계 거물들의 모임인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그룹이 '엘리엇'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양대 복병을 만나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며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이 콘퍼런스는 미국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인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개최한 비공개 행사로, 산업과 경제·문화 등의 주제가 다뤄진다. 초대장을 받은 IT(정보기술)·미디어·금융계 등의 VIP만 참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거의 매년 참석해 왔다. 지난해 이 콘퍼런스 직후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의 시점에 글로벌 경제계 거물들과 교류해 동향을 파악하고 통찰력을 길러 앞으로 중장기 방향타를 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