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 금융지주사에 대한 어설픈 훈수

[오동희의 思見]삼성 금융지주사에 대한 어설픈 훈수

오동희 기자
2016.01.29 17:31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본시장에서 퍼지고 있는 소위 '삼성의 금융지주 회사' 설립 가능성에 대해 말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뉴스로 쏟아지고, 일부에서는 사설 등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그 중에 '편법을 쓰면 안된다'는 훈수가 유독 눈길을 끈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삼성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추

오동희 산업1부 부장 칼럼 사진
오동희 산업1부 부장 칼럼 사진

진하면서 주주와 투자자에게 아무런 사전 설명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6개월 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의 논란까지 끄집어내며 '주주와 고객을 무시'하고 합병을 밀어붙였고,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을 믿었다가 주가가 30% 이상 떨어져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삼성이 '위기성' 협박성 논리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밀어 붙일 거라는 예언까지 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변화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이 경영진의 의무라고 꼬집었다.

설득력이 있는 논리일까.

전세계 어디에서 기업이 인수합병 전에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회사는 이렇게 인수하고, 이것은 저렇게 합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는 곳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행위는 기업의 영업비밀과 같다. 적대적 M&A를 통해 시장에서 지분을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수나 합병이 결정되기 전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미리 공개할 경우 상장기업의 주식은 요동칠 것이고, 혹 그런 시장의 급등락 후에 인수나 합병이 무산되기라도 하면 기업이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는 경영 측면에서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이를 주주와 투자자에게 묻는 절차로 '주주총회'가 있다.

주주에게 사전에 이렇게 해도 될까요?를 묻는 게 아니라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은 경영진이 선관의무에 준해 합리적 판단을 하고, 그 사안이 중대할 경우 최종 승인을 주주총회를 통해 얻는 것이다.

정기주총이나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찬성이든 반대든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게 통례다. 엘리엇 사태 때도 그런 설득과정이 주총 이전까지 진행됐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은 것이다.

'삼성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금융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의 편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채 윽박지르기만 하는 게 기업과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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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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