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에선 테러와 관련된 소식이 매일 같이 쏟아지지만, 국내에선 정관계 인사들,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스타들의 각종 스캔들이 논쟁의 중심이다.
각종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댓글 여론은 사회 전체의 판단 방향을 결정지을 정도로 크게 움직인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영혼은 ‘이성(理性)’과 기개(氣槪), 욕망(慾望)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자신의 저서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전차의 신화로 이 3가지 요소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성을 상징하는 마부가 기개와 욕망을 상징하는 두 필의 말이 끄는 전차를 몰아서 진리와 아름다움의 세계로 들어가려는데 욕망의 검은말이 난동을 부려 곤욕을 치르는 대목이 나온다.
플라톤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검은말의 이빨을 뽑는 것을 해법으로 내놓지만, 후대의 철학자들은 욕망 중 올바른 욕구는 바르게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사건, 사고들이 이성을 통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한 잘못된 욕망의 발호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사고를 접하는 우리의 과한 반응과 행동들은 이성적일까. 정보의 홍수 속에 휩쓸려 추정을 사실화하고 비난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여론의 재판으로 한 인격체의 ‘명예살인’에 동조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스캔들을 대하는 추신수의 말에서 우리가 되돌아 볼 부분이 있을 듯 싶다.
포털에 연재하는 ‘추신수의 MLB 일기’에서 그는 “한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인데 (한국언론들은) 형량을 예측하고, 메이저리그 퇴출을 거론하는 등 마치 사실인양 (얘기가) 떠돌아 다닌다. 결과가 나온 후 돌을 던져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과한 비난은 정보통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지방에서 한양(현 서울)까지 소식을 전하는데 한달이 걸렸다면, 이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거의 모든 사람이 SNS(사회관계망)를 통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정도로 정보의 속도는 빛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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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빠른 확산에 따른 여론재판은 죄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벌의 무게를 지울 때가 많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흔들림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음주운전과 자동차 내에서의 음란행위의 경중을 따지는 행위 자체는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죄와 벌의 무게를 보면 이성보다는 감정적 쏠림이 더 크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음주운전의 경우 0.1~0.2% 미만일 땐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혈중알콜 농도가 0.103%이었던 선수는 10경기 출장정지인데 비해 형량이 같은 공연음란죄를 지은 선수는 방출(임의탈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는 죄의 무게와 달리 ‘성(性)’과 관련한 우리 속의 불편함에 영향받은 ‘벌의 무게’의 차이다.
이성의 잣대는 측량하는 눈금의 간격이 정확하지만, 감성의 잣대는 시간에 따라 들쭉날쭉할 경우가 많다. 우리가 SNS의 정보의 홍수 속에 기개와 욕망이라는 말을 잘 다루는 이성적인 마부가 돼 야 하는 이유다.